어느 편
오늘의 명장(命章)
五陽從氣不從勢(오양종기부종세)
- 양의 기운을 가진 천간(陽干)<갑(甲), 병(丙), 무(戊), 경(庚), 임(壬)>은 기운의 흐름을 따르고,
五陰從勢無情義(오음종세무정의)
- 음의 기운을 가진 천간(陰干)<을(乙), 정(丁), 기(己), 신(辛), 계(癸)>은 세력의 흐름을 따른다.
『적천수』
단상
위에서는 양간에 대한 해설 不從勢(부종세)와 음간에 대한 해설 無情義(무정의)을 풀이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無情義(무정의): 무정하고 의리가 없다."는 구절이 줄 수 있는 오역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 구절에 갖히면 이 명장(命章)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온전히 독해하지 못하고,
우리가 삶의 많은 장면에서 범하는 오류처럼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속에 '느낌'만으로 서둘러 자폐적 판결을 내리고 또다시 스스로를 유폐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의역을 덧붙여 풀어보면,
五陽從氣不從勢(오양종기부종세): 양간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기운의 흐름을 틀지않고 밀어붙이니, 외부의 세력이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五陰從勢無情義(오음종세무정의): 음간은 외부의 세력이나 환경에 민감성을 발휘하여 동화되니, 그 과정에서 정의나 의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나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본질을 저버리지 않는 것, 아니면 유연하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
이 둘이 상충되는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나에게 지켜야 할 '핵심'이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매 순간 둘 다의 전략으로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선명한 듯하면서도 희미한,
그 미묘하고 모호한 난제의 경계를 응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