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문장(命章)

면죄 - 『도덕경』 62장

by SANi

오늘의 명장(命章)


道者萬物之奧(도자만물지오)

善人之寶 不善人之所保(선인지보 불인지소보)

美言可以市 尊行可以加人(미언가이시 존행가이가인)

人之不善 何棄之有(인지불선 하기지유)

故立天子 置三公(고립천자 치삼공)

雖有拱璧以先駟馬 不如坐進此道(수유공벽이선사마 불여좌진차도)

古之所以貴此道者何(고지소이귀차도자하)

不曰 以求得 有罪以免耶(불왈 이구득 유죄이면야)

故爲天下貴(고위천하귀)


『도덕경』 62장


도는 만물의 깊은 기댈곳이다.

선한 사람에게는 보물이고, 불선한 사람에게는 지침이 된다.

그럴듯한 말은 시장에서나 값어치가 있고, 귀한 행동은 사람들에게 베품이 있다.

사람이 불선하다고 해서 어찌 버릴수야 있겠는가?

그렇기에 천자를 세우고도 삼공을 둔 것이다.

비록 큰 수레에 보석을 싣고 바친다해도 이 도를 따름만 못한 것이다.

예로부터 이 도를 귀하게 여긴 까닭은 무엇인가?

도로써 구하면 원하는 것을 얻고 죄가 있어도 면해지기 때문이 아닌가.

이에 천하가 도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단상


죄를 사한다는 것은,

과거의 정당화로,

용서를 명분으로,

허구한 변명으로,

행위를 지워버리는 폭력성과 궤를 같이 할 수 없다.

진정한 면죄는 피동적 용납이 아니라 능동적 결단이다.

이는 미래에 죄를 더하지 않겠다는 주체적인 결단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면죄의 의미는 시간과 분리될 수 없다.


시간에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있다.


하나는, 부유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 속에서 과거의 행위는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옥죄며,

죄책감과 후회는 나선처럼 겹쳐진다.

여기서 죄는 사건이 아닌 습관으로 굳어지고,

반복된 후회는 변화의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다른 하나는, 생성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과거를 단절하거나 잊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를 받아들이고, 그 궤적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한다.

생성은 단순히 단절 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궤적을 품고 미래의 윤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면(免)함이란,

“생성하는 시간”에서 과거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고,

그 무게를 미래를 짓는 토대로 삼아,

그 지층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짓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운명의 문장(命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