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 『도덕경』 80장
오늘의 명장(命章)
小國寡民(소국과민)
使有什伯之器而不用(사유십백지기이불용)
使民重死而不遠徙(사민중사이불원사)
雖有舟輿 無所乘之(수용주여 무소승지)
雖有甲兵 無所陳之(수유갑병 무소진지)
使民復結繩而用之(사민복결승이용지)
甘其食 美其服(감기식 미기복)
安其居 樂其俗(안기거 락기속)
鄰國相望 雞犬之聲相聞(인국상망 계개지청상문)
民至老死 不相往來(민지노사 불상왕래)
『도덕경』 80장
나라는 작게, 백성은 적게 한다.
그러면 비록 온갖 도구가 있어도 사용할 일이 없다.
백성들이 죽음을 소중히 여기면 멀리 이주하지(전쟁터로 내몰리지) 않게 된다.
배와 수레가 있으나 그것을 탈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으나 그것을 쓸 일이 없다.
백성들로 하여금 소박한 결승문자(끈으로 매듭지어 표현한 문자)를 사용하게 한다면,
자신의 음식을 달게 여기고, 옷을 아름답데 여기며,
거처는 편하게 여기고, 그 풍속을 즐긴다.
그러면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닭과 개가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지만,
백성들은 늙어서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게 된다.
단상
자치.
자치란, 대국이 아닌 소국지향.
우리는 흔히 ‘자치(自治)’를 국가적 맥락에서 논의한다.
독립적인 지방정부, 강한 시민 사회, 분권적 구조, 나아가 국가와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치의 논의는 정치적 제도나 행정적 구조라는 거시적 장치를 넘어, 가장 작은 단위인 ‘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 맥락에서『도덕경』 80장의 소국과민을 삶의 단위로서의 자치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해해 보면 어떨까?
오늘날 우리는 초연결 사회 속에 살면서도, 동시에 극도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될수록 개인은 더욱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되고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기 쉽다.
여기서 ‘독립’과 ‘고립’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자치는 개인의 완전한 독립을 의미하지만, 결코 고립을 뜻하지 않는다.
자치의 본질은 ‘고립'이 아닌 '독립적인 연결’이다.
이처럼 진정한 자치는 거대한 조직 속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인이 온전히 존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거대한 국가와 조직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들의 연결을 통해 형성되는 실제적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소국이 모여 대국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소국의 상태 그대로 오롯이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온전한 하나의 세계들이,
서로 온전하게 연결될 되는,
가장 온전한 자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