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여집사로부터 비보가 들었다.

늘 아이들 덕분에 버틸 수 있던 여집사의 마음이 제일 걱정이다.

by 산처럼

늦은 밤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발리에 혼자서 고양이들과 지내고 있던 여집사로부터 말이다.


망연자실하다.

서른세 남짓에 여자친구와 발리에 여행을 갔다가

구조해내어낸 아이들.

아이가 없었던 우리 사이에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 자식과도 같았는데.


어젯밤 차갑게 식은 모습만을 담은

사진에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줬다.


그리고 돈이 없어

더 이상 발리에서 지내는게 어려워

내가 발리에 머무는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버려서 일까.


홀썸이, 타코, 새해, 하양이도

어떻게해서든 돌아와야할텐데.


먹일 사료가 없다던 여집사의 말이

가슴을 찬다.


아이들을 추모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봐야하려나.

녀석들이 없는 세상에

영상들로 위로해봐야할까.


우리의 그릇이 그저 그 아이들을

온전히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우리가 발리에 지내면서도

사료값을 온전히 채울 수 있는 그릇이 되었더라면

함께 했던 분들에게

우리의 소식을 잘 전달 할 수 있는 소통능력이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 아이들이

이렇게 차갑게 식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사료가 부족해

집 밖으로 나돌게 만드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고양이는 타우린이 부족해지는 경우,

간에 손상이 오기 시작한단다.

그래서 어떤 담벼락이든 올라가


그 넘어서는 안되는 담을 넘었을런지도 모른다.


그게 다 내 그릇의 부족함 때문이 아닐까.


나폴레온 힐은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잃는 것이 있으면

채워지는 것이 있다고.

에머슨의 보상 법칙에 따라, 우리가 뿌린 것들은

그대로 돌아온다고.

이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벌써 알 것도 같다.

더 없이 긍정하고, 사람들과 연대하며,

멈추지 말고 선한영향력을 뿜어내라는

채찍질로 들린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어야겠다.

아이들을 자연에 함부로 풀어놓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혼자서만 고민하지말고,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과 답을 내라고.


SNS에 라이브기능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잘 해왔더라면, 사료가 부족해 아이들이

밥을 굶는 일까지는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런 고민들을 함께 털어놨더라면 이런 일까지는 오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왜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나는?


사실 위처럼 내 고민을 남들과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을, 5000명의 구독자가 있으면서도 못했던 것은, 내가 그들에게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SNS를 잘 활용하면 함께 연대하며 계속 성공과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아이들을 미처 다 케어해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


물론 계속해서 담장있는 집으로 저번 달에만 이사를 3번 해야했단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쓰는 세제나 섬유유연제는 피부를 가렵게 만들어 본인이 하는 일을 계속 해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에 세탁기도 있고,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만들기 위해 고양이 화장실도 써야했다.

물론 이사가려던 집의 사람들이 와서 대부분의 이삿짐을 옮겨주긴 해야한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옮겨야할 짐들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마트에서 준다는 천가방에 나머지 살림거리를 오토바이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담아 2-3차례 옮겨다니는 일은 쉽지마는 않은 일이다.


그 모든 일을 혼자 겪게 하는 여자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그래서 더더욱이, 지금 소식이 닿지 않는 4마리 나머지 아이들이 살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첫째 홀썸이, 둘째 타코, 넷째 하양이, 막내 새해.


이들도 집을 나갔을테고, 현재 소식이 닿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긍정하는 마음을 배워왔던 턱에, 쉽사리 절망에 빠지지 않게 된다.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것을 잃었던 만큼,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을 분명 얻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에게 절대로, 파티오 없이 아이들을 자연 속에 두지 말라'라는 것이라던가.

'발리에는 간혹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독극물을 풀어두니, 조심하라'라는 점들을.


그리고 아이들의 빈 자리가 남긴 아픔들이, 분명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필요한 교훈들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 당장 어떤 답을 내리고 결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떻게 이 일들을 받아들여야할지도. 물론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한다. 이 지독하게 슬픈 아픔들을 충분히 아파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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