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음식을 배우러 천진암에 오다

자연의 약성을 먹거리로 만드는 일, 사찰음식을 배울 기회를 만나며

by 산처럼

천진암에 왔습니다.



정관 스님께 연락이 닿아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게 됐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미슐랭 셰프들도 와서 스님께 그 진한 맛을 배우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 곳에 제가 와있다니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길래 이렇게 감사한 기회들이 찾아오는 걸까요?


오늘은 처음 와서,

키친팀에 있는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했던 일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짬통(음식물 쓰레기를 모은 통)을 버리러 산으로 조금 들어가 멧돼지가 오는 곳에 두는 일

2. 절에 들르시는 신도들이 쓰실 방석 커버를 다림질하고, 커버를 씌우는 일

3. 두 분 송별회를 할 겸해서 함께 외식



오늘 떠나시게 되는 두 분은, 나중에 뵐 것 같습니다.

다들 함께 오랫동안 지내신 덕분일지, 다들 가족처럼 친한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였습니다. 조금 부럽기도 했고, 제가 그 안에 같이 있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단지 나중에 또 뵈면 좋겠다는 마음을, '조심히 가세요'라는 말만으로 담아 떠나보내드렸습니다.

과연 제 마음이 닿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얼마나 지낼지 또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서 3년을 있으면 사찰음식 셰프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라는 말씀에 조금 고민도 했습니다. 30줄의 나이에 3년의 시간을 투자한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을 묻는 일이니까요.


다만 평생토록 스님과 인연을 가꾸어가며, 스승과 제자로서의 연을 이어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다만 제자로서 제 행동가짐이 발라야겠지요.


사찰음식은 자연의 약성을 더 잘 나타나게 만드는 요리법입니다. 이는 자연의 흐름을 좇아사는 제 바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리를 하기 위해선, 그런 식재료를 자연의 힘만으로 길러내는 방법, 퍼머컬처 역시 익혀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사찰음식을 한다는 것은, 퍼머컬처를 삶에 가꾸고 싶어하는 제 뜻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그래서 평생토록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자연의 흐름을 좇아 사는 일'에 자연이 갖고 있는 약성을 살려 요리하는 사찰음식을 배우는 일이란 제가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기술을 갖게 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평생 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익혀가며 계속해서 나은 실력을 갖고 싶은 기술 중 하나입니다.



30대가 넘은 인생에서, 약이 되는 음식을 배우고, 그것도 전 세계에서 셰프들이 들어와 고개를 조아리며 배우고 싶어 하는 정관 스님의 요리를 곁에서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크나큰 복입니다.

제가 그 복을 다 제 그릇 안에 담을 수 있도록 제 그릇을 더 키우고 더 키워가며, 제 에고도 깎아내야겠습니다.



퍼머컬처를 연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퍼머컬처(Permaculture, 생태정원 디자인)를 연습할 수 있는 텃밭도 가꾸고 계십니다.


퍼머컬처 역시 제가 평생토록 가꾸며 제 삶에 하나하나 심어가며 만들고 싶습니다. 제 집도, 삶의 터전들도 퍼머컬처의 원리를 이용해 자연이 자연을 일구고 번성하도록 만드는 삶과 영역을 만들어 가고 싶지요.

가져온 책, '가이아의 정원'을 열심히 익히며 제가 자연으로만 지은 작물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는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운전을 못한다는 게 이렇게 답답할 줄 몰랐습니다.


운전을 하시는 분이 한 분 밖에 계시지 않아, 단체로 이동이 잦은 이곳에 제가 운전 부담을 덜어들이지 못해 조금 답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운전을 익혀두는 게 사회를 살아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는 걸 다시 체감합니다.

09년도에 병장 휴가를 나와 잠깐 익혀 땄던 운전면허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갱신 일자를 놓치고, 적성검사를 놓치니 말소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습니다.


불망어, 쓸데없는 말을 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를 깨지는 않을지, 혹은 제 자신의 몸가짐이 부족해 이곳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늘 있어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말 하나하나가 저를 나타낼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지나간 자리 역시 저를 나타낼 테니,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집니다.



'Do nothing'


위파사나 명상원에서 스승님께서 하신 조언이 생각납니다.


"고앵카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건, '오직 할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하는 것'"

그저 흐름에 맡긴 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며 집중하는 일임을 다시 떠올리며




제 마음가짐을 추슬러봅니다.

내 안에 갈망은 없는지, 집착은 없는지, 또 다른 부정성은 없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