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생활 38일 차

버텨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by 산처럼

은기 오늘도 때 빼고 광내며


스페인에서 사오신 은 식기류, 손잡이는 은으로 치약으로 닦아 광냈다. 날은 비누거품을 묻혀 설거지용 솔로 때를 벗겼다. 그 후 물에 헹궈낸 뒤 물기를 다 닦아내었다.




글을 쓰는 게 힘이 듭니다.

하루 종일 아침부터

설거지, 밥하는 일, 식자재를 이리저리 나르는 일,

하루에 해내야 할 정리정돈, 제 자리에 다 두는 일 등


그 모든 일들을 제대로 다시 해내는 데에

드는 에너지가 참 많습니다.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갈무리할 시간도 부족하니

갈무리되지 못한 마음이

날카롭게 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럭저럭 보내고 있는 지금의 시간들이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별다른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배워나가는 것들을 곰곰이 세어 나가다 보면

제가 얻은 것이

비록 돈 몇 푼이 아니더라도

제가 앞으로 살아갈 때

돈이 되고

다른 사람을 살게 해 줄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 벌 돈을 지금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말들 속에

'내가 지금 올바른 곳에 있는 게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뒤,

그 체험의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어느 성인의 말을 떠올리며,

제 선택 하나하나가 지혜롭고 올바른 판단이길

바라게 됩니다.


나이 30줄에

펄펄한 이 나이에

절에 들어와 38일째 지내는 일이

가쁘기도 합니다만,

버텨내고 있으니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아

채울 곳이 많지만

이렇게 버텨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