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머물 수 있는 비자가 끝나갔다.
우리는 돈을 아끼기 위해 사회문화 비자를 끊고자 했다.
다른 비자와는 달리, 추천인이나 별다른 제약 없이 에이전시와 이야기를 하면
외국인도 쉽게 끊을 수 있었다.
한번 끊으면 해외를 나갔다와야하는 비자 런(Visa-Run) 없이
쭈욱 6개월을 발리에서 지낼 수 있었다.
물론 매달 1인당 7만 원 정도 연장 비용을 내야 했다.
6개월이면 약 42만 원의 연장 비용에, 초기 추천인 비용을 조금만 내면
2 달마다 해외를 나갔다와야하는 고생을 안 해도 됐다.
다른 비자로 해외를 2 달마다 다녀오게 되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2 달마다 항공권을 구입해야 했다.
가장 싸게 항공권을 구입해도 약 18만 원이 왕복 항공료로 들어야 했다.
6개월을 지내기 위해, 3번 다녀와야 하면 그 비용이 항공료만 54만 원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매번 비행기를 예약해야 되는 정신적인 비용, 시간적 비용.
그리고 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과, 공항이 있는 덴파사르까지 1시간 정도 다녀와야 하는 비용.
이 모든 게 너무나 번거롭고 힘들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잘 아껴야 그 시간으로 잘 쉬고, 잘 벌 수가 있다.
위 절차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게 그나마 '사회문화 비자(Social Cultural Visa)'였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외국인들이 쓰기에 가장 좋은 비자.
하지만, 이 사회문화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해외에 있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들러야만 했다.
발리에서 지내던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곳이 바로 '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대사관'이었다.
물론 비자 에이전시에 웃돈을 조금 더 주면, 이 모든 과정을 알아서 처리해주었다.
하루도 안되어 돌아오게 되면, 공항 내 출입국 심사대에 걸려 다시 추방당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직접 겪어본 적도 없고, 주변 사람들이 당해본 적도 없지만 소문만 들어도 일어나서는 안될 치명적인 일이었다.
나와 여자 친구 모두 다 하루 동안은 발리에 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고민했다.
여기에는 100k(약 8,500원)을 내면 하루 정도 한 마리를 맡길 수 있도록 일하는 Forster Parents들이 있었다.
동물병원인 Sunset Vet과 이야기를 하니, 그쪽 닥터가 이 사람들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여러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정보를 수소문한 끝에 알게 된 소개였다.
처음부터 얼마를 줄 수 있느냐부터 묻는 태도에서 조금 믿음이 가지 않았다.
홀썸이가 얼마나 됐는지, 며칠이나 됐는지, 그리고 저렇게 큰 동물과 함께 지내는 곳이라면 이 갓난아기가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메시지를 좀 전달하자, 그쪽에서도 아이가 너무 어리다며 맡는 게 조금 꺼려진다는 솔직한 대답을 해주었다.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아기 고양이는 분명 손길이 많이 필요했다.
2시간마다 젖병을, 핫팩을, 무던히도 챙겨줘야 했다.
가뜩이나 여러 마리의 동물을 신경 써야 하는 저 사람들이 과연 아이만을 봐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혹시나 홀썸이가 병에 걸리거나, 죽는다 쳐도, 이 사람들이 '미안해...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라고 둘러대도 할 말이 없을 듯했다.
그런 식으로 허무한 상황이 일어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믿을만한 사람을 찾기로 했다.
누군가에는 그냥 '펫시터로 용돈벌이'쯤으로 보일 수 있는 아기고양이 한 말이겠지만,
그 당시 우리에게는 홀썸이가 마치 배 아파 낳은 자식과도 같이 마음이 갔다.
그러다 우리는 그 펫 상점 스태프를 떠올렸다.
그 스태프는 홀썸이를 참 예뻐도 해주었다.
우리가 주는 100k라는 가격이 현지인에게는
그렇게 적은 금액도 아니기에
어느 정도 그 친구에게 맡기면 약간의 금전적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가 처음 젖병을 사고, 분유를 타주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정말이지 이 아이가 너무나 어여뻐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내 눈으로 봤었으니까.
중요한 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해줄 수 있느냐였다.
진짜로 아이를 사랑하느냐, 아니면 돈으로 보느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간혹 그 펫 상점으로 분유를 사러 갈 때마다 아이를 보여주면
조금씩 자라 있는 홀썸이를 그 직원은 너무나 좋아했다.
구조된 첫 모습, 그 후로 건강히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나 인상적이었을까.
그리고 워낙 자주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기도 했다.
위 서양인 보모들은 아이들을 문의했을 때 '그래서 얼마를 줄 수 있느냐'며 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 펫 상점 직원은 얼마이냐를 묻기도 전에 '걱정 말고 다녀와라 잘 돌봐주겠다'며
사실 별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하루라도 늦었다가는 하루에 10만 원가량의 벌금이 누적될 테니까.
그런 일이 생길 바에는 빨리 아이들을 맡기고 떠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요시는 홀썸이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덕분에 마음 놓고 싱가포르에서 비자 연장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홀썸이 배설물에 기생충이 나오자
디워머(Dewormer)를 따로 챙겨주기도 했다.
부탁하지도 않아도, 진심으로 아이를 생각해주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