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썸이와 늘 함께했던 우리

온라인으로 일하던 우리는 어느 카페를 가든 홀썸이와 함께해야 했다.

by 산처럼


눈뜨기 시작한 홀썸이 2019년 3월 17일

손에 올려놓으면 홀썸이는 손가락 틈새로 얼굴을 파고들기 바빴다.


마치 엄마의 젖을 찾는 아기처럼.

이렇게 파고들 때 젖을 물려주면 줄곧 잘 먹었다.











어미 고양이처럼 돌봐야 했다.


피부에 젖을 떨어뜨려 체온과 비슷한지 온도를 맞춰야 했다. 너무 뜨거우면 아기 고양이 속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




이 나이 때의 고양이는 스스로 변을 가리지 못한다.

어미가 입으로 아이가 싸는 오물을 다 입으로 받아줘야 하는 나이.

천적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어미가 그리 혀로 다 받아주는 거라고

여러 글들에서 이야기했다.


어미가 없던 홀썸이는,

우리가 직접 배와 항문 주위를

부드러운 솜이나

휴지, 혹은 독성이 없는 아이용 물티슈를 써가며

마사지해주어야 했다.


젖병을 물려주는 전 후, 2시간마다 그리해야 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뜨듯한 용변을 보았다.

그렇게 매 일정 시간마다 도와줘야 했다.


그리고 핫팩이 식지 않도록 해야 했다. 작은 아기 고양이는 스스로 몸을 덥힐 수 없어 늘 어미 품 안에서 커야 한다.


홀썸이에게는 부모의 따듯한 몸이 없었으므로 핫팩으로 데워줘야 했다.

핫팩이 몇 시간 지나면 식기 시작한다.

이때 텀블러에 담아온 뜨거운 물, 혹은

카페의 직원에게 가서 뜨거운 물을 부탁해야 했다.

핫팩을 들이밀며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야 할 때는

늘 조금의 눈치를 봐야 했다.



'혹시나 싫어하면 어쩌지?'


핫팩과 홀썸이


그러면서 우리는 온라인으로 일을 해야 했다.






'괜찮은' 카페를 찾는 게 일



빌라 키티에서 준 담요로 꽁꽁 둘러 싸매면 금세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잠이 들곤 했다.




그러기 위해선, '괜찮은 카페'를 돌아다니는 게 일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괜찮은'은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닌다.


1. 인터넷이 10mb/s 가 나올 것

2. 커피가 너무 비싸지 않을 것

3. 카페 직원이 동물을 싫어하지 않을 것(동물을 좋아할수록 좋았다.)

4. 근처에 화장실이 있을 것(아이 용변 마사지를 위한 공간 )

5. 카페 업무를 마치고 집까지 걸어서 돌아올 수 있는 위치(교통비 절약 위함)

7. 시끄럽지 않을 것(정신을 집중해 글을 써야 했으므로)

8. 노트북,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돼지코 잘 구비되어 있을 것


일하기 위한 카페를 선택하는 게 꽤나 까다로웠다.

커피 값이 괜찮고, 우리같이 일에 집중하기 괜찮은 곳이면

인터넷 속도가 잘 안 나올 때가 있었다.

혹은 카페 내 회전율을 높이려 일부러 충전 콘센트를 설치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눌러앉아 있으면

괜히 눈치가 보일 때가 많았다.


솔직히 옷을 관광객처럼 늘 많은 옷으로 사 입지 않는 우리의 특성상,

쟤네는 옷도 안 갈아입고 매일 오네

라는 오해와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한 카페에 맨날 똑같은 옷을 입고

커피만 달랑 하나 시키고 나면 왠지 좀 그랬다.

본의 아니게 카페에 피해를 주는 느낌...


커피만 달랑 하나 시키고 오래 앉아있는 '리모트 워커 디지털 노마드 나부랭이' 같기도 했을 우리 모습.

배고프면 밥, 디저트, 거기에 커피까지 시켜 가게에 도움이 되는 '큰손'손님들은 아니었으니.


물론 급여가 들어오는 때에는 간혹 제대로 시켜먹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밖에서 먹는다 해도, 그 만족감이 집에서 저렴하게,

하지만 질 높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먹는 양이 적은 편도 아니기에, 밖에서 먹는 게 썩 만족스럽지 않기도 했다.


나름대로 우리의 주머니 속 잔금을 아끼면서 최대한의 생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저 여러 카페들을 순회하며

커피만을 시키고 일을 하다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가

나머지 일을 마저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부족하고 가난하게 움직여야 할 때가 많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생산성을 내려는 연습이었다랄까.

새벽 시장 2000원 정도에 사 온 몽키바나나를 사다가 몰래 먹으면서 일하기도 했다.

카페가서 바깥에서 사놓은 음식을 사와 먹는건 분명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카페에서 업무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분명 우리가 몰래 바나나 까먹는걸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말없이 묵묵히 못본 척 해준 카페 스탭에게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궁핍하기 짝이 없는 우리 신세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바리스타가 한때 꿈이기도 했던 여자 친구는

카페에서 머무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그때는 여러 카페를 겪어보는 게

인생 경험, 좋은 공부 거리 정도로 여겼다.

그래서 여러 카페를

일부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물론 홀썸이 하나만 있을 때는 이게 가능했다.





카페 인터넷이 좋지 않으면

일하기 어려웠다.



묵고 있던 집 와이파이를 쓰는 것보다

카페 인터넷이 ‘사진'과 영상을 다운로드, 업로드하기에 적절한 속도가 나왔다.


인스타든 유튜브든, 하나의 영상과 사진 모두 Google Drive를 통해 주거니 받거니 해야 했다.

업로드 속도도 중요했다. 또 다운로드 속도도 중요했다.

최소한 10mb/s 이상의 다운로드 속도, 업로드 속도는 2mb/s 정도는 나와줘야 했다.





새삼


한국만큼 인터넷이 잘 된 나라가 드물구나

우리나라가 인터넷 인프라가 정말 잘되어있는 나라구나라는 깨달음도 함께.

동남아를 가보면 우리나라가 좋은 줄 알게 된다던 말이 맞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와 맞는 카페는 따로 있었다.


Ottokafe, Sayuri Cafe, Kafe, Yogabarn Cafe, Seniman, Ubud Roastery Cafe, Library Cafe, Radiently Yoga cafe 정도가 좋았다.


요가반 카페에서 일을 하다 홀썸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여성분

Ottokafe는 인터넷 속도가 20mb/s가 나올 정도로 가장 빨랐다.

하지만 내 가방에서 고양이가 나오자 남자 매니저가 조용히 다가와서는, '여기서는 동물을 데려오면 안 된다'라고 일렀다.


Sayuri Cafe, Kafe, Yogabarn cafe는 요가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그중에는 채식만 하는 비건들도 많이 모이기 때문에 우리와 성향이 맞았다.


하지만 요가반 카페의 경우 덩치가 큰 개들이 올 때가 있어 홀썸이가 조금 걱정이 됐다.

아직 너무도 어렸기 때문에 주변에 큰 동물이 가까이 왔다가 병이라도 옮겼다가는 쉽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Anomali Cafe는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아 툭하면 연결이 끊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콘센트가 많은 장점이 있었다. 그 덕분에 원격으로 일해야 하는 디지털 노마드들도 많이 와서 일을 하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코딩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개발자 데오,

동물을 사랑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여러 개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던 엔젤,

16마리 고양이를 구조, 돌보고 있던 화가 이안과 인연이 닿기도 했었다.


Yellow Cafe는 노트북과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없어 금방 자리를 떠나야 했다.




홀썸이로 많은 인연을 만났다.



어떤 분들은 우리가 가방에서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를 꺼내 젖먹이를 보내는 모습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어디서 구조했냐, 너희는 무슨 일을 하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거냐'며 질문을 해오는 분들도 계셨다.


어딜 가던 홀썸이는 슈퍼스타였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좋은 일했다'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다 몇몇 분들은 잘했다며 후원금을 몇 장 쥐어주기도 했다.


우리의 영어가 조금은 부족하다 보니, 매우 능숙하고 유창하게 말을 걸어오는 외국인들과는 소통을 시도하다 조금 어색하게 웃음 짓고 떠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늘 웃음을 주고 다니던 홀썸이


그중에는 나중에 우리에게 참치캔만 20개 이상, 아이들 화장실 모래로 쓰일 벤토나이트와 샴푸 일체를 후원해주셨던 송희, 지아 누님도 있었다.


우리가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말에 'Shut up Take my money'라는 분위기로 지폐 몇 장을 손에 쥐어주셨던 호주 아주머니분들도 계셨다.

















홀썸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던 Ottocafe 직원




참 감사하게도 애써 고양이를 돌보는 우리를 좋게 봐주시던 두 분, 송이누님과 지아누님.



송희 지아누님에게 집 주소를 찍어주자 후원 물자를 놓고 가셨다. 어안이 벙벙, 감사가 넘쳤다.



살면서 내 노동과 서비스로 돈을 벌어본 적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를 구조하고 누군가에게 ‘후원'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신기하기도 얼떨떨하기도 했다.










우리와 딱 맞는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Booking.com 혹은 Airbnb를 찾아가며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가 괜찮은 집을 찾기 어려웠다.

어떤 집은 옆 집과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도로와 가까워

지내보니 시끄러웠다.

또는 이웃집과 너무 가까워

집안에서도 맨몸이 보일까 걱정해야 했다.

어떤 집은 정글이나 숲과 가까워

습도가 너무 높았다.


그렇게 습도가 높은 집에서는

홀썸이가 오줌을 누거나, 응가를 싸놔

손빨래해놨던 담요가

미처 마르지 않기도 했다.

늘 빨래가 끊이지 않던 우리집은 볕이 중요했다. 물론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가뜩이나 비가 한 주에도 여러 차례 내리는 이 곳 발리에서는

볕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떤 집에서는 부엌까지 들어와, 음식을 털어가기도 했다. 홀썸이를 채가지 않을까 겁나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일찍이 배웠더라면

고생 덜하고

더 좋은 집을 찾았을까


우리가 걸어만 다니다 보니,

주로 우붓 시내의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식자재를 사려면 마트나 시장을 가야 했고,

그러려면 가까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에 일찍이 오토바이를 배워서 타고 다녔다면, 가격은 괜찮으면서도

우리 마음에 드는 집을 선택 폭넓게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뚜벅이 생활을 이어갔다.


괜히 오토바이를 빌려서 또 다른 지출을 만들고,

멀어지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때는 그랬다.

오토바이로 시내에서 10분 거리만 가면,

비슷한 가격에 훨씬 더 좋은 집이 있다.

그때는 몰랐다.


오토바이를 타본 적도 없을뿐더러

국제 운전면허증을 미처 달고 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만약 경찰들이 '이리 와 이리 와'하고 손짓하면

한 번에 몇만 원을 벌금으로 뜯겨야 한다는 말에 겁이 났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삶의 결정권이 남에게 달려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찰의 한 마디에 우리의 여윳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썩 즐거운 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토바이 타는 건 최대한 멀리하려 했다.


굳이 오토바이를 끌지 않고

그냥 자주 다니는 카페나 마트 가까운데 살면서

걸어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




아이가 커지면 가방도 커져야 했다.



아이가 조금씩 커지자, 가방도 커져야 했다.


아이들 담아다니던 도시락통이 이제는 조금 작은 듯하자

시장에서 더 큰 가방을 사 왔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말 많은 상인들과 가격 실랑이를 벌였다.


라탄 가방은 아이가 숨쉬기에도 좋아 보였다.

그리고 이를 들고 다니는 여자 친구도 좋아했다.


따뜻한 곳에 있어야 가만히 좋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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