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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Jul 12. 2022

비닐하우스를 ESG스럽게

양평 수미마을 청년장기교육 #3

오늘 수업도 재밌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되던 시간.

수미마을 대표님이 직접 해주신 시간들.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몰라 막연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흥미로웠다.

특히 ESG 방식으로 한번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제안하신 부분이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은 참여 학생 모두가 나눠서 갖는 식으로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아 꽤나 신박하다.


흥미롭다. 지오데식 돔으로 이루어져 마을 한쪽에 방치되어 있는 비닐하우스를 어떻게 하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그러나 지속 가능해 환경에도 어르신들에게도 이 지역사회에도 좋은 방향으로 함께 고민해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하고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그 모든 과정들을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촉을 잡는 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모두의 의견을 최대한 모아 모두가 끄덕일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드는 기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중과 생각도 다 들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을 고루 갖는 건 매우 유익하다는 걸 느꼈다. 공동체 있으면서 내가 느꼈던 건 서로 별다른 기회가 없으면 '저 친구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라는 어려움이었다. 일에 치이고, 해내야 할 것들에 치이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작은 대화나 말투, 행동에서 상처를 입거나 불편함을 느끼고 서로를 적대하는 모습이 일어난다. 그렇기에 '소통이 중요하다'라는 말들이 일상처럼 공동체 속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소통도 형식을 갖춰 고루 나눠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목소리 큰 사람만 하기 마련이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묻히거나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고 방어적으로만 하다 서로를 오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듯하다.


여러 공동체를 지나오면서 느낀 점들을 생각해 보면 결국 서로가 갖고 있는 생각을 고루, 명확하게 내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퍼실리테이터란 그 중간자로서 이 의견 조율, 소통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 모두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중개자 역할이자, 그로서 모두가 서로가 원하는 방향들을 정제시켜 최대한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지녔다. 우주 밖으로 뛰쳐나가는 능력을 지닌 존재가 아닌, 어딜 가든 인간이라는 '타인'과 지낼 수 밖에 없고, 특히 큰 일을 하거나 지역사회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힘을 모아 함께 해나갈 수밖에 없기에,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기술인 퍼실리테이션 기술을 배우는 건 너무나 필수인듯하다.


결국 무엇이 부족했는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었던 시간. 그로 인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여겨진 시간. 시골에서의 삶은 낭만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타인과 함께 그 지역을 어떻게 하면 더 낫게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지역 안에서 나의 가치를 찾고 기여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지오데식 돔 비닐 하우스 공동 프로젝트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오데식 돔에서 '아열대 작물'을 직접 길러보는 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낼 때는 비판하지 않고 확산적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며 서로 자유롭게 아이 같은 상상력을 발휘했던 시간. 나중에 내 땅에서 퍼머컬처를 하게 될 때는 아열대 작물로 퍼머컬처를 해보고 싶다. 발리 살 때 작은 밭에서 파파야부터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활엽 식물까지 아열대 기후 속 무섭게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며 큰 즐거움을 느꼈던 게 마음에 깊게 새겨져 있다. 씨앗을 뿌리면 뿌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줄기를 틔워 쑥쑥 키를 키우는 식물들이 너무나 신기했고 그 역동적인 모습들이 감탄스러웠다.


아쉬운 점은 아무리 하우스가 따뜻함을 잃지 않게 만들어져 있더라도 되려 너무 뜨거워 열상(열에 의한 손상)을 입을 수 있게 하므로 온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피드백 주셨다. 따뜻한 온도야 실내에 부숙 시설을 만들면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괜찮지만 되려 너무 높아진 온도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높은 온도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피드백 주셨다.

실내 온도가 너무 높아질 경우 비교적 찬 바깥의 바람이 들어와 하우스 내부의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패시브 하우징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 냉난방 조절 시설을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스스로 현실에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며 가능하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어 단순히 풀만 베고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시골에서 얻을 수 있는 지원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모두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어 참 만족스러운 시간. 교육의 질이 상당히 높다고 여겨지는 시간.

솔직히 지자체에서 주는 교육과 그 질이 크게 높지 않다고 여기거나 주먹구구식에 그친다고 느낄 때가 많았으나 이렇듯 실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내가 바라는 삶도 결국 현실 속의 문제를 '모두'가 만족하고, 누군가의 '고통' 없이 행복하게 해결하는 방식이기에 이곳에서 ESG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은 더없이 행복하다. 아아 아~ 내일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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