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로 한 동안 브런치를 쉬다가, 다시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다. 나름의 계획과 목표도 있고, 구독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다시 연재를 시작하면서는 매주 화요일 발행이라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면 브런치의 내 글들은 ‘비 시국’ 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매우 혼돈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드라마보다, 영화보다 더 믿기 힘든 현실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며, 모든 시선과 관심이 청와대와 국회, 헌법 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선거권을 가진 주권자로서, 당연히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 주목하고, 끝까지 모든 것의 진실을 파악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음악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정치적인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분들이 많이 존경스럽다. 그들을 응원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글을 쓰거나 활동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나도 국민으로서 광화문 촛불집회도 몇 번 참여하고, 꾸준히 관련 기사를 읽고 주변인들과 대화하며 진실을 구명하는 것을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유명인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사람도 아니고, 공인도 아니다. 무슨 지식이 많은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하루 벌어먹고 사는 일개 생활인에 불과하다. 내가 뭐 대단한 활동을 한 사람도 아닌 주제에 뭘 나서겠는가.
또한 생활인이자, 소시민인 나로서는 사실 먹고살기 위해, 해오던 모든 일을 멈출 수가 없고, 묵묵하게 일단은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 생활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을 주제로 글을 쓰는 이 브런치이다. 이그나이트 브런치에 맞게 ‘음악’에 집중된 글을 써야 한다.
그런데 자꾸 죄송하다. 이렇게 위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음악을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더 큰 중요한 시대의 흐름에 주목해야 할 시기에 맞는 행동인지, 괜히 송구스럽고, 민망하고, 그냥 일손을 놓고 청문회만 봐야 할 것 같고, 주말에 촛불을 드는 것 외에는 다 의미 없고, 부질없고, 시대에 민폐가 되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되는 것이다.
나만 이렇게 쓸데없이 고민하나 싶었는데, 성실장 말로는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 제목을 보면 (비 시국 질문) 이런 식으로 표시를 한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시국과 관련되지 않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송구스러워한다는 뜻 이리라.
그래서 몇 개의 글을 썼다 버리고, 숨기고, 약속된 시간 직전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나의 역할은 어줍지 않은 지식인 흉내를 내기보다는, 일단 약속한 음악을 만들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음악을 가르치는, 하던 일을 하는 것이리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시국, 이런 상황에 비 시국의 글을 쓰는 것이 죄송하지만, 동시에 내 자리를 지키는 것 또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당연히 시민으로서 사건을 주시하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때까지 나의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시민운동에 동참하고, 투표, 선거 등 시민의 의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할 것이며, 무엇보다 지식인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분들을 향한 존경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비 시국 주제라 죄송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제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글을 쓰고, 음악 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