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지만, 한동안 생계형 아이돌, 생계형 가수 등 연예인 앞에 생계형 이란 수식어가 자주 사용된 적이 있었다. 대부분 무명이거나, 안좋은 개인사가 있는 분들에게 붙여지면서, 돈이 더 필요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생계형이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더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탑스타든 무명이든 활동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탑스타도 직업이 가수, 연예인, 모델이면 그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면 ‘생계형 아이돌’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유명한 스타, 자리를 잡은 아티스트들은 그만큼 일이 많이 들어오기에 활동이 편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쉽게 일하고, 대충 일하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순수한 이미지, 일을 생각하니 돈은 따라오네요 하는 것 모두 사실 ‘돈’을 포함한 다음 단계를 위해서 관리하는 것 뿐이지.
솔직히 먹고 살려고 직업을 가지는 것이고,
예술로 먹고 살고 있는데, ‘돈’을 생각 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활동으로 얻는 수익이 나와 가족의 숨쉬고 먹고 사는데 필요하다면 모두 생계를 위한 활동인 것이다.
컵라면이냐, 10만원 넘는 정식이냐의 차이는 있겠다만, 어쨌든
사는데 그 돈이 필요없다면
그렇다면 아예 활동 자체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 점에서, 생계형이란 수식어가 불편한 이유는
돈만 보고 일하는 모습같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하는 것 같아서 뭔가 깎아내리는 기분이 들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생계형 음악가이기 때문이겠지.
돈만 생각하고 예술하는 것이 아닐 뿐
돈을 생각하지 않고 직업으로 예술을 할 수는 없다
나는 생계형 음악가이다.
먹고 사는 유일한 기술이 작곡, 프로듀싱이고, 그 기술로 돈을 벌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가족을 위해서 자존심도 버리고 싶고, 체면도 버리고 싶고, 얼굴에 바보 분장을 해서라도 이그나이트를 알릴 수 있다면 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는 진짜 생계형 음악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돈을 벌어 나의 쌀값을 대는 모든 직장인들은
생계형 직장인이다.
생계형 삼성맨, 생계형 사장님, 생계형 미용사, 생계형 선생님, 생계형 트레이너, 생계형 스튜어디스 등등
생계형이 아닌 직업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생계’라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사전을 뒤져 보았는데, 생활이란 단어가 있었다.
생계 : 살아갈 방도나 형편
생활 : 생명이 있는 동안 살아서 경험하고 활동함
생계를 꾸리어 살아 나감
조직체의 구성원으로 활동함
같은 뜻인데 생계는 계산하다의 ‘계’ 자가 들어가서인지 수치적이고 계산적인, 쫓기고, 절박하고, 비루하고 그런 느낌이 강한 방면, 생활은 살다, 움직이다의 역동적인 모습,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사실, 생활이던 생계이던 뜻은 같은데
뉘앙스가 존중받고, 힘을 얻자는 의미에서 생활이란 단어가 더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는 “생활음악인” 이라고 불렸으면 좋겠다.
생활음악인, 음악PD 이그나이트!!!
(캬!! 멋지다 당당하다!!!)
당신과 나 모두 열심히 하루하루 맡은 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생활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도 된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