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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Mar 01. 2016

라이브 영상 찍어볼까?

“우리 라이브 한 번 찍자.”


성실장의 말에 지원이와 태완이가 눈을 꿈뻑거렸다.


유지원과 권태완은 이번 3집의 여자 보컬과 남자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가수들이다. 이그나이트 3집의 경우 보컬을 섭외할 때 기존처럼 곡마다 어울리는 보컬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스토리가 있는 앨범이니 여주인공, 남주인공을 뽑듯이 보컬도 앨범 전체를 통일시켜야 하는지 엄청 고민했었다. 앨범 컨셉을 생각하면 여주인공, 남주인공을 뽑듯이 보컬을 섭외하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다양한 장르와 넓은 음역대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것이 진정한 속 마음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겸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주인공을 뽑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능력자가 없다면, 곡마다 어울리는 보컬을 찾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여러 훌륭한 보컬리스트들을 만났다. 그리고 지원이와 태완이를 만났다. 나는 지원이와 태완이에게서 충분한 가능성은 물론, 이번 장기 프로젝트를 소화해 줄 수 있을 만큼의 성실함을 보았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아서 3집에 함께 하자고 제의할 수 있었다. 고맙게도 둘은 흔쾌히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햇수로 3년째 흔들림 없이, 함께하고 있다.


원래 나는 정말로 음원을 만들고 발매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딱히 음원 발매 외에 특별한 일을  진행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성실장이 합류하면서 나름의 여러 일들을 벌이게 되었다.


그중, 성실장이 꽤나 오래 제안, 설득 혹은 강요해 왔던 것이 바로 라이브 영상이었다.


“뮤직비디오 외에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해요. 원치 않게 신비주의잖아요. 이그나이트의 그런 이미지를 깨고, 무엇보다 보컬들의 실력을 어떻게든 보여줘야지. 실력이 아깝잖아요. 지금은 소개할 채널도 많이 생겼으니까. 일단 라이브 영상부터 만듭시다.”


이렇게 몇 달을 두고 강권하는 성 실장에게, 절대 안 한다고 반대하던 나는 일단 보컬들에게 제안이나 해보라고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매주 있는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성실장은 대뜸 지원이와 태완이에게 ‘라이브 영상’을 찍자고 돌직구를 날려버린 것이다.


가수들은 눈을 꿈뻑이며, 순간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게... 일단 이그나이트는 라이브나 공연이 아니고 스튜디오에서 하는 레코드 뮤직을 지향하지 않나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이브를 안 한다거나, 거부하는 건 아니에요. 무엇보다. 길거리에서 무작정 부르는 것이 아니고, 촬영이니까. 찍고 나서 아니다 싶으면 삭제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매번  연습할 때, 녹음하면서 연습하니까. 그것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우리도 장비 등을 완벽하게 구비할 여력도 없어요. 그러니까 일단 있는 걸로 테스트 버전부터 찍어보고, 좀 괜찮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촬영하고, 아니다 싶으면 접으면 되니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무엇보다 둘 다, 서울예대 학생이잖아.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정받은 실력자인데, 왜  두려워해? 너무 잘하는 걸."


나는 좀 긴장했다. 나의 예상과 달리 성실장의 달변에 보컬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촬영에는 따르는 일도 많고, 또 라이브 영상이란 것이 어설프게 유행에 편승하는 모습으로 보일까 봐 많이 내키지 않았던 나 역시도 성실장의 마지막 설득에 넘어 가버린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전... 좋아요.”


“저도요.”


결국 지원이, 태완이 모두 성실장의 설득에 넘어갔다.


“알았어. 그럼 일단 카메라 같은 것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2주 뒤에 라이브 영상 찍는 걸로 하고, 각자 준비하자. 어떤 카메라를 준비해야 할까? 조명도 알아봐야겠네.." 


"저희들은 그럼 일단 노래보다 얼굴을 좀 준비할까요? 하하.”


촬영에 대한 회의를 하며, 슬슬 즐거운 파티를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은 설레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걸 핑계로 카메라를 살 수 있다면...... 앗싸!


"저... 그런데요. 교수님. 정말 제대로 할 수 있겠지요?"


지원이가 주저하며 말했다. 태완이 지원이 모두 아직 학생이다. 이그나이트의 노래가 데뷔나 마찬가지인 신인이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 프로젝트 진행까지 함께 하게 된 인연으로, 제자와 동지를 오가는 내가 정말 아끼는 친구들이다.

어린 마음에 무엇이든 시도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주위의 보고 들은 많은 것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걱정 마. 다른 건 몰라도 절대로 흑역사는 안 만든다. 모두 너희들과 같이  결정할 거야. 너희, 다른 건 몰라도 가창 하나는 자신 있는 실력파잖아. 너희는 노래 연습이나 해.”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촬영을 하게 된다면, 이그나이트의 얼굴이 처음으로 팬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잘해야 했다. 물론 라이브니까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해야 하지만, 엉망진창을 보여줄 수는 없지.


“자자. 일단 저질러 보는 거야. 예술가가 주저하면 쓰나. 일단 해보고, 그 담에 생각하자. 암튼 그건 그거고, 우리 촬영 끝나고 고기 회식하자. 뭐 먹고 싶어?”


“삼겹살이요.”


“고기 뷔페도 괜찮은데 많아요.”


“뷔페집은 최소 다섯 접시는 먹을 수 있어야 갈 건데.”


어느새 고기 이야기를 하며 웃는 세 사람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느 때보다 복작이면서 팀의 모습으로 진행되는 지금, 참 즐거웠다. 동시에 어깨도 무겁기는 하지만. 뭐 어떠랴. 일단 즐거우면 되는 것을.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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