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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Apr 26. 2016

저작권료에 대한 주저리주저리




저작권료가 싼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조차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 

시장이 너무 작은 것이 문제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날카로운 질문과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입담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에 작곡가가 나오면 김구라가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면서 ‘저작권료 짭짤하죠?’ 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유명 출연자는 부끄러운 척하면서 자랑스럽게 매달 대략 얼마씩 나온다고 말하고, 김구라는 ‘놀고먹어도 매달 그 정도 나온다니 부럽습니다’ 라며 호들갑을 떨어준다.


한 편, 김구라 옆의 윤종신은 때때로 ‘음악은 십원 떼기 장사다. 한곡 팔아봤자 차 떼고, 포떼고, 음악가에게 돌아오는 것은 10원도 안된다.’ 라며 투덜거리기 일쑤다. 실제로 스트리밍 음악 감상의 경우, 1곡당 저작권자에게 입금되는 금액은 대략 2~3원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형편없는 저작권료의 현실에서 매달 백, 천, 억 단위의 돈을 번다는 건 사실 엄청난 일이다. 실제로 연간 저작권료가 1억 이상이라면 사실상 국내에서 음악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작곡, 편곡가라고 할 수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또한 매년 몇천만 원씩, 또는 몇억씩 생기는 수입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봐도 큰 액수이므로, 사람들이 그들의 돈을 부러워할 만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정말 그들이 부자일까?



한국 음악 저작권 협회는 2011년 이후로 공식적으로 저작권 최고 금액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신문기사나 실제 작곡가들의 인터뷰를 참고하면 우리나라 저작권료 1위의 작곡가는 대략 1년에 10억 원에서 20억 원 정도의 수입을 가져간다고 생각된다. (다음 검색 참고) 오차 범위가 크지만 결국 많게 잡아야 20억 원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가요라고 불리는 곡을 작곡한 몇몇 지인들을 통해 그렇게 유명한 곡을 발표했더라도 생각보다 적은 저작권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던 기억도 있다. 물론 엄청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해볼까?


국내 농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전성기를 휩쓴 전무후무한 농구인 서장훈을 보자. 예능인이 된 서장훈에게 사람들은 툭하면 건물주라며 부자라고 부럽다고 한다. 그러면 서장훈은 또 부끄러워하며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라고 한다.


그런데 20년 넘게, 한 나라의, 한 분야의 정상에서 군림하던 사람이 고작 200억 원짜리 건물 한 개 있다는 것이다. 나름 경제 대국이라는 나라에서 한 분야의 거장의 평생 재산이 200억 인 것이다. 그것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농구가 미국의 NBA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또 아무리 우리나라의 음악시장이 영미 팝 음악이나 라틴 음악 시장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도, 한 분야에서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단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인데 경제적인 대가가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한다.


음악에서 저작권료가 다른 나라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저작권료 책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의 문제이고, 그것은 별도의 이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먼저, 우리나라는 개인이 최고의 자리에 섰을 때 당연히 받아야 할 ‘부’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기업이 말도 안 되게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그다지 꺼려하지 않는데, 창작자, 배우, 운동선수 등이 많은 ‘부’를 가져가면 배 아파하면서 ‘운이 좋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


그 성공 이면의 노력과 힘들었던 시간과 성공의 당연한 대가인 ‘돈’을 외면한다고나 할까.


기아에 허덕이는 형편이 아니라면, 문화 예술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기본 경제가 바탕이 되는 나라라면, 성공한 자의 ‘부’가 당연한 것이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노력하고자 하는 바탕이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말이 10억, 20억이지 그건 우리나라에서 음악으로 돈 제일 많이 버는 한 사람의 얘기일 뿐이고, 저작권료 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절대다수의 저작권자들은 너무도 적은 저작권 수입을 받는다. 그나마 가난한 이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성공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라는 희망 하나인데, 그 희망의 액수는 클수록 좋을 테니 말이다.


또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한류 시장은 아직 작고, 거품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 진출까지 한 노래는 저작권 외에 다른 부가적인 수입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래서 K팝, 한류 음악 시장이 주목받는 것이다. 하지만 ‘음악’ 시장이다. 음악 수입이 바탕이 되어야 진정 내실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음악 판매 수입 그리고 저작권이 바탕이 되어야 할 텐데.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 저작권자들의 수입은 절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음악 시장이 형편없이 좁고, 저작권료 등 '음악' 그 자체를 인정받는 시장의 구조가 아직은 확립된 것이 아니지 않나 싶은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사실 저작권료에 대한 문제는 저작권료에 대한 대중의 인정, 음악등 문화 산업 전반의 구조, 실질적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전 세계적인 시스템 등등의 여러 이슈가 얽혀 있기에 대안을 쉽게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나는 벚꽃 엔딩의 장범준이 무한도전에 나와 부자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을 보며 베알이 꼴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자가 생각보다는 가난한데도 박수받는 것이 안타깝더라... 뭐 그런 생각일 뿐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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