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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Jun 07. 2016

'대중'음악 Vs 대중'음악'

그래도 나는 '음악'을 선택한다.

공자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말했다. 미혹되지 아니하단 뜻으로, 유혹에 넘어가거나 줏대 없이 갈팡질팡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혹'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사실 성실장이 '이그나이트'호에 올라타면서부터, 불혹을 앞둔 나이가 부끄럽게도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성실장은 처음에는 단순한 스토리보드 작가였는데, 프로젝트가 확대되면서 에디터로, 그러면서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로 일을 벌이고 있다.


물론 나의 반대로 아직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없지만 말이다.


그럼 나는 왜 성실장의 일에 계속 딴지를 거는가.


성실장은 이그나이트를 '음악 상품'으로 보고 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무조건 지지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실장은 회의를 할 때, 자꾸 이그나이트를 상품에 비교한다.


"식당으로 치면 서초동 진진이나 압구정의 평양냉면, 옷으로 치면 이태원의 맞춤 양장점, 집으로 치면 로컬의 특색 있는 주택이니까. 그런 상품들의 마케팅, 홍보 방식을 좀 배워야겠어."라는 식이랄까.


그럴 때면, 나는 화가 난다. 음악을, 상관없는 상품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를 하니까 말이다.


음악은 '음악'이다.


음악을 상품 취급 하지 말라고 내가 성을 내면, 성실장은 말한다.


"여보, 내가 내 월급을 버리고 당신의 일에 뛰어들었어. 지금 내 목표는 최소한 내 월급 이상의 수입을 이그나이트 이름으로 버는 거야. 나는 이그나이트 음악 상품을 더 잘 더 많이 팔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라고.


잊지마, 당신은 음악가야. 하지만 '대중'음악가라고.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대중을 염두에 두고, 더 많은 대중에게 큰 소리로 이그나이트를 알려야만 하는 거야."


아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그나이트에는 맞지 않는다.


작곡가, 프로듀서,음악pd로서는 나도 성실장과 같은 생각을 하며, 실제 이그나이트가 아닌 다른 앨범 작업을 할때는 나도 성실장과 같은 생각으로 작업 및 홍보를 한다.


하지만 이그나이트에는, 이그나이트의 음악에는 그 방식이 맞지 않는다.


이그나이트는 그냥 음악가이다.


'나는 음악가이다. 단지 나의 작업방식이 현대음악이며, 전자음악이며, 만들어진 곡의 장르가 대중음악의 한 가닥이며, 나의 취향이 보편적인 그것과 잘 맞기에 대중음악가인 것이다.

나는 대중들이 내 음악을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음악'을 듣기를 바라지, '상품'을 구매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중 음악이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일 뿐이다.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는 뜻은 심플하게 감성을 전달하여 다른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없이 그 자체로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는 뜻은 들어달라고 애원하거나, 음악 외적인 것이 수반되는 행위가 포함 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그나이트를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은 분명이 있다.


하지만, 이그나이트의 본질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게다가 그런 어설픈 대기업 따라하기는 어차피 성공할 리도 없다.


여러 번의 다툼과 설득, 회의와 논쟁을 거쳐,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성실장은, 대중'음악'가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야 제법 방향을 잘 잡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소중한 팬들과 소통하는 법, 지속적으로 꾸준히 음악팬들에게 이그나이트를 알리는 법 정도이다. 물론 이것들도 당장 해야 하는 3집 발매 때문에 모든 것이 구상에 그치고 아직 실행한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빨리 하라고 재촉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지난 10여년도 잘 버텨왔다.

앞으로도 20년은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내실 있게, 내 팬들이 듣고 실망하지 않고, 내 팬들이 주변에 내 음악을 들려주어도 창피하지 않게

그렇게 나는 계속 음악을 만들 것이고, 


성실장은 내 정신을 잘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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