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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Jun 14. 2016

부부가 같이 일을 한다는 것

지금 나는 이그나이트 정규 3집 앨범을 발매 중이다. 그만큼 바쁘다. 2집 제작할 때를 생각해보면,  한 달 동안 반나절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작업실에 박혀서 혼자 정신없이 컴퓨터를 붙들고 있거나 녹음실에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매일 아내의 얼굴을 보고, 거의 매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아내와 함께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결혼 7년차 중, 지금이 아내와 가장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결혼을 할 때, 아내는 음악인 이그나이트보다는 그냥 평범한 인간 신익주로만 나를 인식했었고, 나 역시 아내가 문학 지망생, 예비 소설가라는 특이점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었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도 같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3집을 준비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내가 이그나이트호에 합류하게 된 것은 그 자체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함께, 부부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 나가는 것의 장점은 무엇보다 ‘목표가 무엇이며, 그 목표의 중요성 및 의미를 잘 이해한다’라는 점인 것 같다. 


사실, 이그나이트라는 인디 음악pd로 십 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트렌드와는 다른 방식, 다른 목표를 가진 것을 주변인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내 아내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고.


그나마 아내이기에, 7년의 시간동안 주구장창 나의 인디철학을 들으며, 나의 가치관에 세뇌되었기에 나만큼이나, 이그나이트의 방식과 목표를 완벽하게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 되어 준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갖혀있는 나와 세상의 다리가 되어 주는 매우 고맙고 꼭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또 다음 장점은, 바로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점이다.


사업이나, 장사나 무엇이든 아내가 남편의 일에 합류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족의 지지를 가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외부 첫 미팅 때 아내인 성실장이 함께 나가면 보기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내가 하는 일은 ‘돈이 안 되는 예술’이기에 같은 분야의 사람들은 아내의 지지를 받는 나를 ‘남자로서 부러워’하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최고의 장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부평 롯데 백화점 앞에서 처음 만나던 날 아내는 짧은 커트 머리에, 남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앙증맞은 핸드백을 어깨에 멘 세련된 여성이었다. 그 도도한 아가씨는 심지어 ‘예쁘다고 아무거나 다 맞춰주는 남자가 아니에요’라는 내 말에 ‘이런 건방진 남자는 처음이야’ 싶어서 더 만나주었다고 했다.


지금의 아내는 그런 빛나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애 둘 낳고는 살도 많이 찌고, 바쁘다는 핑계로 잘 꾸미지도 않는다. 게다가 일할 때 부딪히면 어마 무시하게 화를 내기도 하며, 어떻게든 본인 고집대로 나를 끌고 가려고 몇 날 며칠을 닦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래도 아직 아내가 예뻐 보인다. 아내는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아내가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연애 때도 날씬하지는 않았다. 난 철저하게 얼굴만 봤다 하하하) 그리고 아내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와 똑 소리 나는 언변은 미팅 때마다 든든한 나의 지원군이 되어주니 어찌 안 좋을 수가 있을까.


그래서 고백하건대, 3집을 하면서 생애 최고의 바쁨과 경제적인 쪼들림을 겪는 힘겨운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에게 가장 큰 동지 의식과 함께 행복감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에 이런 내 마음을 아내에게 전했다.


“여보, 난 참 행운아인 것 같아. 아내와 같이 일한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


“그래? 희한하네. 내 주변에 남편이랑 일한다고 하면 다들 아이고... 하면서 불쌍하게 보는데.”


아내는 그러면서 가사도우미를 붙여줄 만큼 일이 잘 굴러가기 전까지는 같이 일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노코멘트할 꺼란다.


그래도 나는 아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보았다.


아내도 말은 저렇게 해도, 분명 나랑 있어서 좋을 것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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