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오랜 친구

활자, 오랜 친구

by 김비주


활자들의 재채기를 들어야만 했다

비틀린 그네들을 달래기 위해

까만 틀을 새긴 안경을 집어 올렸다

늘이었다


태초에 그들을 싣고자 달려온

인쇄공들의 노고를 난,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을

그들의 노고가 쏟아지는 광야를 가로질러


지금

나도 심한 재채기를 하고 싶을까


책들의 폐기를 새로운 문명들이 외치고

있었다

모든 활자는 자판 위에서

컴퓨터와 핸드폰의 승리를


뱉어내는 말들의 속도만큼 화면은

진화하고 말들은 더욱더 서툴어졌다

말들의 비정상적인 거래들

더욱더 많은 말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걸러지고 있을까 나는


새까만 어둠이 쏟아지고

잠시나마 중지

활자가 없는 세상으로 이동 중이다


2018.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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