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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이 있습니까

by 김비주

숨어버린 벽을 더듬는다

눈을 감으면 잡힐까 봐 눈 감고 가는 길에

보호라는 이름 아래 사방을 두르고

바람이 없어진 거리를 무작정 간다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건넨 적 없는 친절을 보내어

뜬 눈마저 감겨서 걷게 한다


마리아, 당신은 믿습니까

당신을 통해서 아직도 보내야 할 전언들이

있는지?


신의 하루가 무거워서 우리에게

나누어 줄 전언이 이리도 많은지?

그 전언을 전하는 이들이 선량하고 보기 좋을 때

그들에게는 왜 거두어 가시는지?


자본으로 성을 쌓고 자본으로 혹세무민 한 이들이

건네는 달콤한 말들은 꿀벌이 나르는 걸까?

생각은 생각을 낳고 둥글고 고요한 풍경이

문을 힘차게 두드릴 때 아직도 전언이 있습니까?



2025.1.1

난 가끔 너무 오랫동안 무거워진다

그래서 닿지 않을 바람을 늘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생과 말의 부피가 줄어드는 요즈음, 더욱 단순해 지기로 한다.

다시 쓰는 소망 리스트, 25년 만에 가동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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