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보는 오후

by 김비주


생은 말했던가

스물의 나이에 망설임의 시간도 없이

생존을 팔아야 했던.

내게도,

밥의 대열에선 밥의 그늘에 가려

치기 어린 눈물로

한 줌의 밥을


시를 말할 땐 생은 가벼워진다

눈썹을 그리다 못 다 그린 눈썹의 아치처럼

조금은 일그러지고

조금은 비뚤어져서

거울에 보이는 낯선 타인처럼

저 끝을 떠돌며 극지의 위기에 선 기욤*

말라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장미를 키운다

여우는 사막을 기르고

사막은 보아뱀을 기르고

난 모자를 쓴다

시는 뒤틀린 향수처럼

눈썹 위로 돋아난다


* 《인간의 대지》 주인공


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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