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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열기

by 김비주


고요한 아침이 문을 열며

분주한 아침으로 갈아입는다

통통 튕기는 긴 직사각형의

버스들이 하루를 건네고

우리는 손을 잡고 매달려 간다


대출된 집의 한 칸을 빌려 쓰고

저당 잡힌 은행의 사각부스에

아침마다 분주한 뉴스를

흘려보내고

오늘도 누군가는 세상을 저버리고

또 누군가는 축복 속에 태어난다


우리는 성에꽃의 허망함을 읽으며

추운 마음을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칭칭 둘러야 추위를 이길 수 있다는

가난한 자의

겨울나는 법을 익혀간다


겨울의 한끝에 입김이 매달리며

성에꽃의 허망한 사랑을 지워낸다

어떤 이들은 사람의 체온으로

겨울을 날

작은 조각방 한가운데

바람이 쑹쑹 돌아다니고


긴 직사각형의 버스는 세상을

지키는 유일한 이동 통로이다


2016.1.26


아직도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들을 만난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매일 시를 썼다.

어떤 시는 시집에 실리기도 하고 어떤 시는 잊힌 채로

저장되었다 가끔 이렇게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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