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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보다

by 김비주

비어 있는 화분,

그곳에서도 녹색 생명이 살았다

겨울 내리고 마음도 움츠려든 날이 보인다

식물의 이름도 잊어가고 숱하게 눈을 마주쳤던

날도 잊혀간다


볕이 살랑거리고 봄이 성큼 온 날


빽빽한 애들은 적당히 가르고

오랫동안 살아서 억세진 나무들 자리가

두드러진 날, 전지를 한다

잎을 자른 자리, 줄기들이 거칠게 말라

새잎이 상할까 힘을 다해 세세히 자른다


여린 잎이 다치지 않도록,

너무 오래되고 큰 것은

몸을 나누어야 한다

제 몸을 지키는 동안 작고 여린 것들의

일상을 지배하기도 한다

햇빛의 한 줌까지


오랜만에 마음의 여린 잎들이 소리를 내고

굵고 거세진 줄기와 잎들이 잘려 나간다

햇빛은 몹시도 화사하고 겨우내 지나친

무관심에 작은 용서를 구한다


2018.3.6.


12월은 처참했고 1, 2월은 지리했고 3월은 터질 것 같다.

부디 일상을 돌려다오.


이즘 기억에 남는 건 디즈니에서 본 <조명 가게>이다.

임사체험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같다.


죽음은 우리와 늘 함께하고 살아 함께 하는 동안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 한 주였다.

정리해도 또 해도 늘 다잡은 마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빛은 오롯이 각자 찾아야 하니까.

빛을 저버린 행위를 하지 않도록 잘 살아야 한다


2025.3.15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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