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주
머리 감고 샤워 마치고 문득 떠올라 적는다
물건을 바꾸고 싶다고 쉽게 바꿀 수 없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17년 차다.
그래서인지 고장 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들에겐
고마움을 느낀다.
며칠 전 세탁기를 바꾸었다.
달래고 어르며 썼지만 더 이상 힘들어서 바꾸어야만 했다.
집은 전등들이 먼저 나가고, 화장실 변기, 개수대 등이
갈아야 할 시간이 온다.
많이 열고 닫는 문들의 고리, 화분이 있는 마루등.
개수대도 바꿨고 화장실의 변기도 교체되었다.
세면대는 하나만.
마루는 대 공사니 화분들로 숨기고 부엌의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후드의 작고 동그란등은 켜지지 않은지 오래다.
바꿀 수 없어서 후드 자체를 바꿔야 하니, 부엌의 다른 조명들로 충분하니 그대로 쓴다.
식세기는 쓰지 않아서 고장이 났고 그곳은 작은 창고로 사용된다.
작은 냉장고는 한 번 고쳤다. 월풀이 유행할 때 부엌에 함께 있던 것들이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과일 세척기,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등 사양이 낮아져
제거하기도 하고 부엌 작은 티브이도 무용지물이다. 부엌 전체를 바꾸지 않으니 그대로 둔다.
유일하게 잘 쓰는 건 레인지 겸 오븐이다.
삼성 하우젠. 세탁기도 하우젠이었다.
그래도 참 고맙다.
작은 고장들은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엔 미미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여유가 많았으면 이런 불편함을 핑계로
아직 살고 있다고 잘 버티는 놈들을 바꿔버렸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감사의 마음은 사라진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오랜 세월을 함께 났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로 생각을 한다.
문득 작은 가난이 나와 더불어 함께 하는 모든 것에
감사를 보낸다.
될 수 있으면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할게.
아침의 다짐이다.
2025.9.24 아침 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