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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Oct 29. 2022

까치님 한 컷 찍을게요

백수도 금요일엔 좋다.

토, 일이 있으니까.

잠깐 집안일을 멈추고 새벽 산책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필라테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신이 나서 아파트 길거리에

서서 글을 적는다.

다시 6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좌광찬을 산책하며 내가 정해놓은 사색 벤치에 앉아

글을 쓰던 때가 있었다.

걷는 순간 묵혔던 생각이 떠오르고 걸으면서도 쓰던 날들.


생각은 늘 풍성하고 세상은 풍요로우니

바람에 서서 땀을 식혀가며 오늘의 세계를 잊는다.


까치 두 마리 너무 예쁘게 종종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다.

지금 내 휴대폰 위에 작은 생명 하나 기어 다니고 있다.

점만 한 파리 같다. 파리보다 훨씬 고 예쁘다.

거기다 날개까지. 조금 당혹스럽다.

다치지 않고 날아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순간 날아갔다.

다행이다. 살았다.

내가 숨을 크게 쉬었다.


까치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양해를 구한다.

반가워. 너희 한 만 찍자

두 컷을 허용했는데 한컷 더 누르다 그들 평화를 깨뜨렸다.

미안해 한마디 하고 겸연쩍은 얼굴이 되어 휴대폰을 거두고 걸었다.

미안한 마음에 발 밑 개미들을 피하며 다리를 벌려가며 걷는다.


참 좋다.

올라가는 길에 나무들이 좋고 비둘기, 까치, 참새, 직박구리 할 것 없이 함께해줘서 고맙다. 아파트 옆 물너울 공원의 나무들이 보기 좋게 자라서 가을을 알려준다.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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