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생각 벤치가 있습니다.
좌광천을 걷다 보면 생각이 물안개처럼
스멀거리고
태양을 등지고 오던 길을 되돌아
올 때면 시간은 여섯 시 반을 지납니다
난 망설임의 조그만 여지도 없이 한 벤치를 향해 걸어갑니다 오늘을 시작할 거라 눈인사하고 가만히 가서 앉습니다
그늘의 한가운데 벤치는 태양을 감추고 서늘한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생각이 늘 시가 되진 않지만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머릿속을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따뜻한 햇살 한 줌과 바람 한점
벤치 위에 내려앉고 신발 위에
내리는 생각마저 싱그러워집니다
늘 시작하는 하루, 오늘은
아침을 오래 맞고 싶습니다
2015.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