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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10. 2022

내게는 생각 벤치가 있다


내게는 생각 벤치가 있습니다.

좌광천을 걷다 보면 생각이 물안개처럼

스멀거리고

태양을 등지고 오던 길을 되돌아

올 때면 시간은 여섯 시 반을 지납니다

난 망설임의 조그만 여지도 없이 한 벤치를 향해 걸어갑니다 오늘을 시작할 거라 눈인사하고 가만히 가서 앉습니다

그늘의 한가운데 벤치는 태양을 감추고 서늘한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생각이 늘 시가 되진 않지만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머릿속을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따뜻한  햇살 한 줌과 바람 한점

벤치 위에 내려앉고 신발 위에

내리는 생각마저 싱그러워집니다

늘 시작하는 하루, 오늘은

아침을 오래 맞고 싶습니다


 201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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