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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09. 2022

내 동생 짱이


짱이는 저와 산지 4개월 됐어요.

이 놈이 처음 왔을 땐 참 당황스러웠어요.

바짝 마른 놈이 눈만 퀭하니 엄마에게

달랑달랑 매달려 왔지 뭐예요.

아, 난 참으로 황당하기까지 했어요.

어떻게 이 상황을 생각해야 되는지 힘들었어요.

난 꼬리를 내리고 귀를 바짝 세우며 이놈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아빠의 서재에서, 아빠의 서재가 아빠와 공유하는 내 방이기도 하니까요.


엄마는 짱이를 엄마의 서재에 내려놓고

가르랑거리는 놈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지 뭐예요.

그러면서 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너 이제 오일이 아니야'  '짱이다, 짱!

엄지를 척 내놓으며 말하고 있었어요. 이건 무슨 소리인가요?

난 까맣다고 깜이로 명명되었는데 짱이라니요?

나보다 더 짱인가요?

놈은 새로운 환경이 낯설었는지 잠시 숙연한 모습으로 엄마의 품을 찾고 있었어요. 아기 고양이 짱은 이렇게 내 동생이 되었어요.


아, 그러나 짱은  나의 삶에 피치 못할 동반자이자

모든 것을 나눠야 하는 경쟁자가 되었어요.

조그만 아기 고양이 짱!

엄마는 아시려는 지요. 나의 모든 것을 내줘야 하는 나의 마음을.

짱은 작은 소파 위에 누워 긴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지치고 깡마른 표정으로 엄마 서재에서 쭈그린 채 동그랗게

만 모습으로 말이에요.


내 동생 짱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올 7월은 가끔 비를 뿌리며 장마답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짱, 오일이!

엄마는 며칠 전부터 무언가 부산한 느낌을 몰고 다녔어요.

엄마가 가는 공방에 오일이를 두고 그만 갈 수 없다고

아빠와 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어요.

오일이의 사료와 장난감을 가지고 공방 가는 날 오일이를 보고 오곤 했지요. 일주일에 두 번 갔지요.

가선 듬뿍 애정을 주고 온다고 해도 아직은 너무 어린 아기라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을 하나 봐요.

아기 고양이 오일이 세 달이 되어가는 참이었어요.

먹이만 주어서는 해결 안 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나요.

오일이는 저처럼 버려진 아기 고양이인가 봐요.

그러더니 누나와 함께 아빠와 형의 동의를 구하고 비 조금 내리는 7월 한날 오일이는 저처럼 아빠의 차에 타고 일광 화전리에서 우리 집으로 온 거예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엄마가 잠시 내 이야기를 밀어 두고

짱의 이야기를 꺼낸 건  짱이가 눈에 밟혔나 봐요.

우리의 수난사와 친해지는 과정의 이야길 엄만 써야 하는데

쓰다고 늘 멈추네요.



2015.11.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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