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비주 Nov 10. 2022

답답한 사람

도막난 시간에 앉아 잠시 글을 쓴다.

불편한데 불편하다고 말하지 못한 오래된 주부와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모든 조직원들의

고뇌가 몸에 들어온다.


난 언제나 표현하지 못해 답답한 사람이다.

불편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내 불편함으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까 봐 될 수 있으면 참는다.

그러다 보니 그런 나를 조금은 모자라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아침에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난 글을 쓸 수밖에 없구나 생각한다.

참고 참았던 말들이 글로 표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말도 잘한다.

수년간 학원장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으니 못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모든 말을 밖으로 다 쏟아내지는 않는다.

타인이 상처를 입을까 봐

한참을 생각한다.

그래서 sns의 내 댓글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입에 발린 말을 못 해서, 내가 힘드니 봐달라는 말을 못 해서

사는 동안 참 힘들었다.

지금도 많이 나아졌지만 비슷하다.

이른 아침 목욕을 하고,

햇빛에 앉아 탕 속에서의 생각을 옮긴다.

우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준다.

나도 시끄러운 놈을 먼저 챙긴다.

집에서 기르는 냥이나 아이에게도.

그러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시끄러워서 보는 눈이 되지 말자.

묵묵히 길을 가는 이들을 더 살피는 사람이 되자.

이전에도 이후에도 부디 내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바른 이들을 위한 글을 쓸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2022.11.4 아침 단상

작가의 이전글 내게는 생각 벤치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