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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16. 2022

시집 건네기


몇 끼의 밥과 시집을 바꿨다

제목도 시도 맘에 들어

기형도라던가,

대학은 밥을 줄였고 돈을 먹었다

입속의 검은 잎을 입에 넣고

우물거릴 때쯤

잎의 시집을 탐내는 그녀가

있었으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낭송하던

입의 시를 달랬다

배고프다는 말을 삼키고

시집을 건넸다


사라지는 것들은 허망하느니

시집도 그녀도 시인도 사라졌다

또 하나의 끼니와 맞바꾼 시집은

서가에

시간의 다리를 건너

생의 한 방편으로,

요가원을 가졌던 그녀는

어느 날

자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절로 간다 했다


시간이 또 하나의 다리를 건너고

잃어버린 끼니들을 통으로

가져간 그녀는

지금,

세상의 한켠을 건넜을까

이 아침에,

일어나는 상념은

또 얼마나 오래갈까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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