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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08. 2022

신안, 복닥 할미의 삶


열셋에 부모 잃고 동생들 거두었다

곱은 손으로 바위를 움켜쥐고

생을 캤다

고동,

조개,

전복,

오메 오메 그러니께

사는 게 그런다요

없는 사람은 도시나 뭍이나

똑같지이라


옥빛 물살을 가르며 노 저을 때

온갖 수심

수심에 던져버리고

구덕 구덕 말라가는

미역, 김

푸른 이파리들이 검붉은 색을 드러낼 때

세끼 밥을 먹는 게

무슨 대수냐고

누더기 세월이

뼛속으로 스며들 때,


버리지 못한 집착

버려야 할 물건

버리지 못하는, 아직도

버리지 못한 세월을 말아가는


바다처럼 절절한 생이

바다를 가르며

바다에 산다


201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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