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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09. 2022

집안 일중, 우습네요.



일주일째 방콕이다.

운동도 안 가고 근신 중이다. 가끔 그런 때가 있다.

스스로를 근신시키는. 글도 자제하며 새로운 글을 안 쓴다.

이제 근신을 풀 때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어제는 늙은 호박 남은 한 덩어리를 마저 손질해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고, 죽이나 아님 부침개? 쌀과 함께 밥을 해먹을 예정이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배울게 참 많다.


초보가 손질하는 늙은 호박 껍질 벗기기를 하다 보니

30년 전 새댁으로 고구마튀김을 하려고 고구마 썰던 일이 생각났다.

요즈음과 달라 어르신 생각이 전부인지라 아주 크고 빡빡한 고구마 썰기는 정말 황당하고 엄청난 일이다.

그 육질이 퍽퍽하고 부엌칼로 썰기란.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그것도 제법 긴 세월을 그리하였다.

요즈음 고구마는 종의 개량으로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등 다양하다.

써는 일도 훨씬 쉬워졌다.

크기가 크지 않아도 예쁘고 달달한 호박고구마튀김은 참 좋은 모양과 맛을 갖추었다.

그나마 올 설에는 고구마튀김은 안 했다

먹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추석에도 한 접시만.

호박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머니들의 노고가 새삼스럽다.


바깥일을 할 땐 치열한 사회 전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전업 주부 되고 8년쯤 되니 어머니들의 수작업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집에 있어도 보이는 일이 많다.

정리정돈을 제 때 하지 않으면 집은 금방 어수선해지고, 남은 식재료가 있으면 버리지 않고 소임을 다하게 하는 일도 주부의 몫이다.

무늬만 주부였던 내가 뿌리까지 주부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호박씨를 씻어 말려 프라이팬에 볶았다.

아주 맛있는 간식거리를 얻었다.

오래된 땅콩도 졸였다.

혼자 먹는 밥에 더할 반찬을 만들고 글을 쓴다.


사는 건 일상을 해결하는 일인 것 같다.


2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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