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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10. 2022

안개 내리는 날


희뿌연  능선 사이로 외로움이 보입니다

외로움의 크기만큼 산들이 나타납니다

뿌연  새벽 안개 속에 도드라져 오는 것은

산만이 아닙니다

외로움의 크기입니다

모두들 저마다 크기의 외로움을

갖고 삽니다

뿌연 안개 속에 숨어 있다 능선 주위로

몰려와 긴 신호를 보냅니다


문득 마주친 순간

외로움의 크기를 가늠하다 능선주위를  

한참이나 따라가 봅니다

지나치려던 모든 순간이 외로움 속에

잘 살았다고 능선을 타고

뿌연 안개로 내려 옵니다

안개가  내리는 날이면 산 위에

펼쳐지는 능선을 따라 수증기 속

외로움의  크기들

한데

어우러져 촉촉한 풍경을 보여 줍니다


시집《오후 석점, 바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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