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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11. 2022

가족의 계보


한밤중에 일어나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작은 오빠 아들 철이가 보인다

우람하고 건강한 조카의 눈이 커다랗게

아래로 꼬리를 내리고 동그랗게 찍힌 흑백 백일 사진 한 장

오빠가 갖다 넣은 앨범 속 먼 옛날의 이야기,

불쑥 찾아온 호러 같은 진실 앞에

씁쓸한 생각을 정리하고 오빠 가신지 벌써

십칠 년, 한숨에 왔다

가끔은 내 얼굴에서 언니를 보기도 하고

막내 오빠가 보이기도 한다

오랫동안 멀어져 버린 작은 오빠의 아이들

길에서 마주치면 알아나 볼까

살면서 만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는 진실,

오늘 철이가 언뜻 스친 걸까

오빠가 병석에 누워서 부를 때는 먼길 마다하지 않고

보러 가기도 했다

부모님 가신지 참으로 오래


또렷한 기억너머 찢긴 책장처럼 다시 복원할 수

없는,

외로움이다


2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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