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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22. 2022

잠깐 서점에서

새는 날고, 십 이월에

김비주


풍성한 색이 없어지는 시간

휘황한 세계를 돌아눕는 시간

풍경은 이울고 눈은 고요한데

끝자락에 매달려 오는 그놈 하나

언색이 찬란하여

귀조차 소란할 때

자유로운 이여

날개로만 가는구나

무명의 시간 속으로


위험한 시간에

잠깐 날아 본다


시집《오후 석 점, 바람의 말》



외로운 작업으로 들어왔다.

충만한 사유의 한편을 열고 건너오는 생각을

엮다가, 문득 생각해 본다.

어제 모처럼 영광독서에 갔다.

모임이 있기 전 한 시간 전에 가서 시집코너에 들렸다.

물론 소설과 문학코너에도.

시에서 여전히 문지와 창비, 민음은 건재하고

문학동네의 눈부신 행보는 진행 중이다.

고요아침이 올라왔다.

민음사, 문학동네, 창비 등 소설에서도 건재하다.

새로운 출판사의 기획과 편집, 유명세를 갖춘 글쓴이들의

책들이 눈에 띈다.

이덕일의 조선왕 살해 1,2가 90쇄이다.


시집은 여전히 관심 있는 자들의 몫이며, 기획되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할 시집이 최전선에 나와 있다.

글을 글로만 읽기에는 현대인들은 허전한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써 독자의 마음을 잡는 모든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라디오가 음전한 자리로 TV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지금, 내 생각도 조금 낡아 보일 수 있다.

가끔 흑백의 라디오를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시야에서

모든 색을 소거하고 싶을 때,

눈 내리는 숲 속에

우두커니 홀로 서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다.


20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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