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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an 02. 2023

1월의 결혼 기념일



참 무디어져 가는 날입니다.

해는 어디에서나 같고 어느 때나 같다고 생각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생일도 집에서 거의 챙기지 않습니다.

그나마 요즈음 간혹 생일에 케이크만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 돌, 백일 사진도 다 집에서 카메라로 스냅사진으로 찍어

가지고 있습니다.

부부가 닮아서인지, 이런 일에 관심이 없는 남편과 살아서인지

결혼기념일 첫회에 철학사를 사달라고 해서 받고 31년째

그냥 지나갑니다.

몇 년 전부터는 저도 깜빡 지나갑니다.

그래도 딸이 첫아이라서 부모의 생일엔 아빠의 발을 위한 운동화는 늘 살펴서 삽니다.

덤에 나까지. 내 생일엔 내가 좋아하는 선글라스를 오랫동안 사주었습니다.

그것도 충분해서 사지 말라고 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인지 행사를 치르는 데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은 오늘 같은 내일, 내일 같은 오늘을 산 지 꽤 오래입니다.

어제는 식구가 다 함께 늦도록 뒹굴다가 떡국에 물만두를 넣어

달걀지단과 김으로 고명을 내고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꽤나 담백한 아점을 하고 간절곶 스벅으로 모처럼 함께 갔습니다.

각자의 기호대로 차를 마시고 잠시 바다를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왔지요.

조용한 일상이 몸에 밴 지 꽤 오래여서 그저 조그맣고 작은 변화들이 눈에 소소히 들어오는 시간들입니다.

사랑초도 무성해지고 지출의 균형을 기다렸다 드디어 망가진

작은 오디오 대신 딸아이가 어제 엄마를 위한 예쁘고 작은 오디오를 구입했네요.

좋은 친구가 생긴 한 해의 시작이 조금은 고맙네요.


모처럼 지난 카스를 살피다 2014년의 간절곶 해맞이 사진을 만났네요.

늘 하루가 충만하고 감사한 시간으로 살아내기를 빌어보네요.


2023.1.2 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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