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생각해둔 아름다운 글 한 줄이 사라졌다.
전 같으면 일어나서 글을 옮겨둘 텐데 요즈음 조금 뜨악하다.
그 한 줄이 한 편의 작은 문장을 만들어 간다.
아름다운 것들이 무얼까 생각에 미치자, 아마 이런 말들이었던 것 같다.
바람에 밀린 작은 소란, 이슬이 앉은 여린 풀잎, 어둠이 사라지기 전 깜빡거리는 가로등, 이른 아침 종종거리며 먹이를 찾는 비둘기,
새벽에 거리를 치우는 청소차 등 아침을 시작하는 기호들과
밤이 사그라지는 기호들이었던 것 같다.
어제는 딸이 사둔 오디오가 도착했다.
기기를 만져 fm 라디오 채널을 잡아서 모처럼 라디오에 잠시 머물렀다.
설명서 말이 우리 글인데 어렵다.
읽어만 내고 그 글대로 할 수 없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자 시집을 들었다.
나희덕의 94년 창비에서 나온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였다.
참 잘 쓴다. 시인의 20대 후반의 글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착착 감겨서 시인의 삶을 잠깐 검색해서 들쳐보았다.
자라난 배경과 일찍 엄마가 된 시인의 세상을 보는 눈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제야 이걸 다시 보게 된다.
시의 형식이나 낯섦이 아닌 시인의 삶 자체가 물씬 풍기는
시간을.
올해는 오래된 시집들과 나에게 온 시집들의 삶을 읽어낼 것 같다.
둥둥 떠다니지 않고 체화된 시들을 다시 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시라는 것이 잘 삭고 익어서, 자신의 완성을 위해 시를 썼던 젊은 날의 나희덕 시인의 시집은 감동이었다.
자란 배경과 일찍 어머니가 된 시인에게서 쓰인 시는
체험에서 우러난 설득력 있는 따뜻한 시였다.
잠깐 작은 감동을 이렇게 적었다.
2023. 1.5 아침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