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시간을 빠져나와

by 김비주



생각이 안 난다

사물의 이름이, 머리에 맴돌 뿐

가득한 책들 앞에서

가득해지지 않는다


어릴 때 좋아했던 공갈빵처럼

누구에게나 바싹 소리를 내며

먹히고 싶어

쓸쓸함이 배고픔처럼,

초록 눈이 살며시 추위를 물리친 것처럼


라디오가 돌아가는 공간, 일요일이지

잊고 있었어

생각을 비운다는 건

기억을 지우는 일이라는 걸

이게 맞는 일일까


추위가 옹골지게 쏟아지는 거리에선

누군가와 손을 잡고 싶어

그저 말과 글을 생략하고

손의 따스함을 건네주고 싶어

멀어져 가는 세상을

가끔은 따뜻하게 안고 싶어



2023.1.29


2일의 일상을 정리한 시다.

이전 01화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