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판독

by 김비주


가끔 살 떨리는 기억을 잊은 지 오래다

납작하고 영민해진 아가미는

물을 잃은 지 오래다


감각의 끝자락이나

감정의 편파를 허공에 뿌린 적 있다, 없다

두둑한 망상이나 환각들을

땅 위에 내리고 홀로 읽어가는 표준화 작업


꼬리뼈가 있다고 자각당한 날

모든 동작의 구부러짐이 뜨끔한 날

엉거추춤한 모습으로 식물을 살피는 날

어디에서 어디까지 삭제할 것인가


가끔 손가락 하나로 세계를 읽으며

손가락 하나로 세계를 잠근다



20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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