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소고

by 김비주




내게 오래된 물건 중에 하나인 분홍 손수건이

있다.

37 년 산이다.


30년이 넘은 이불겉, 40년도 훨씬 넘은 하늘거리는

블라우스 한 장, 이불 겉은 오늘 아침에 7월 대체 이불로

나왔다.

손수건을 빨려다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손수건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짝이었던 하늘색 수건은 장미가 예쁘게 흐드러져 있어서

늘 가지고 다니다 잊어버린 지 오래다.

하늘색 수건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내게 올 수 있었다.


37 년 전 봄 교생실습을 남자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

1학년 3반 임시 담임을 한 달간 맡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아이들의 기선을 잡기 위해 질문을 받아주기로 했다.

단 조건은 학습에 관한 것이며, 국어를 가르치니 국어가

아닌 다른 과목으로 질문을 하라고 했다.

아이들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몇 과목, 아마 수학과 생물이었던 것 같다.

고 1이었으니 공통 수학이었고, 과학은 생물이었던 것 같았다.

원하는 만큼 명쾌한 대답을 한 시간에 서로 인사로 치르고 나니 반장이 쉽게 아이들을 통솔해 주었다.

그 이후에도 가끔 다른 과목의 질문을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에도 들어주었던 것 같았다.


달간의 실습이 잘 끝나고 헤어지면서 받았던 선물이

두 장의 손수건이 든 상자와 열쇠가 달린 일기장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생각하니 잊히지 않는 선물이 되었다.

그 이후로 학교에서의 시간이 없었으니 더 귀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학교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

수건을 빨면서 수건으로 떠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물거린다.

좋은 이별의 선물을 잘 간직하고 살았다.

일기장은 조카에게 주었던 것 같고 손수건은 내가 가졌다.


손수건을 보면서 참 좋은 시간에 살았던 날들을 생각한다.


2023.7.3 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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