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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11. 2023

사위어 갈 때



술을 마시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아요

오랫동안 정해놓은 선한 규칙을 깨뜨릴 위험이 있거든요.

비가 내리는 새벽의 시간에 혼자 있음을 온전하게 누릴 때

모든 것의 세밀한 곳까지 머무르지 않는 생각들을 깨어서

따로 보관해요.


많은 말을 한다는 것, 바늘귀를 동여매고 거침없이

이불을 만들던 시절의 이야기 같아요.

모두 다 말을 하고 싶어 하지요.

그 말의 권위를 얻기 위해 각주들을 차용해요.

어디에서나 튀어나올 섣부른 지식들의 파편이 있기 때문이에요.


돈을 쓰지도 않고 벌지도 않아요.

이제는 상점에서 퇴출될 시간을 살지요.

무더기로 보이는 모든 쇼핑과 화폐로 소환해야 하는

모든 관계를 정산해야 할 때예요.

오랜 침묵 속으로 이끄는 지루하고도 단조로운 또 다른 삶을 생각해보곤 해요.


눈이 쏟아지거나, 비가 내리거나, 단풍이 들거나

꽃이 피고 새잎이 날 때도 카페에서 차를 마시지 않는,

길거리의 벤치에서 산책을 하다 가지고 나온 작은 차를 마시거나

집의 한 귀퉁이에서 비에 떠내려 갈 모든 아름다운 잎들을

애도하며 홀짝홀짝 차를 마실 것 생각해 보아요.


20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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