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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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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가, 무서운 날

시를 통해서 앞으로 가는 자의 그늘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시의 그늘에 가려 말의 낯선 시간을 움켜쥐는 사람이

이 시대의 시인이라고 잠깐 생각했다면

시는 갈수록 멀어지고 생각의 끝에 너울거리는 비정형의

문장들이 가득한 지면을 끌어올리는


참 어긋난 해후다

문득 들여다본 어려운 시를 보며 피카소처럼 다면성을

생각한 입체파 시일까, 아니면 내 무지에서 읽히는 너무도 먼

미래파일까


글의 굴곡을 생각하며 시인의 어깨와 손을 비틀어보는

그 시간에 칠순 후반에 쓴 한 시인의 시가 구원하는

시 읽기, 참 좋다

그늘의 후면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시 한 편의 읽기,

젊은 날의 시보다 더 좋아지는 이 시인의 濃淡농담이

몸 속속들이 채색되어 가는 날 비가 좋게 내린다


202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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