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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에

by 김비주


비가 내립니다

엄마가 계시는

저쪽 세계에도 내리겠지요


엄마의 옷자락을 껴안고

우산 아래

흘러내리는 어깨 사이로

딸아이를

안고 걸어가는 모녀의 뒷모습에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함빡 웃었습니다


'너, 어릴 때 우리 모습이야'

여섯 살 딸아이와 지나간 시간이

순간에 오고


일요일 아침 동물 농장 눈먼 양이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리고

세상의 한편

어두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야기가


내 삶의 한편에도

상심과 안도가 왔다가는

한날

구석구석 어루만지듯

내리는 비에 마음을 맡겨 봅니다


201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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