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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May 13. 2024

비는 공기처럼 내린다



비가 서글프게 내린다

가슴 밑바닥 저 아래서 올라오는 아지랑이

스멀거리다 잠시

뿌연 안갯속 세계는 사라지고

끓어오르던

고개를 베는 기억, 끄덕이는 생각의 칩거에

하루는 오래 걸린 장마철 빨래가 되어

몇 날을 습습할 거다

가로수의 행렬 종일 걸어도 좋다

사이로 내리는 비를

잠깐 거들어 긴 차를 마시고 싶다

비의 소리는 은근하고

마음은 둘 데 없어

캣타워에 수북한 고양이 발톱 마냥

스크래칭으로 부서져 나온 발톱 마냥

세계는 쌓이어 간다


비, 그리운 날이여

젊은 날은 순간에 가고

코끝이 시린 날이 남았다


20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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