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유칼립투스의 죽음을 지나
by
김비주
Aug 8. 2024
죽지 마
햇눈이 내릴 때까지
아침이면 마주치는 죽음의 잎들이
부서지거나 말라가는 동안
오랜 연인처럼 곁에도 두고
엄마처럼 의식의 한켠에 넣어둔 채
마른 잎 사이로 보내는 몽상의 시간, 잠시
꾸덕꾸덕하게 말라가던 머리가 칼칼하게 되새김할 때
뿌리를 흔들며 죽지 마
탄탄한 뿌리로 흙을 움켜쥐고
새순을 올리는 거야
잊어버린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거야
하늘하늘 하늘을 향해 올리던
지상의 이야기들을 접어두고
습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퇴화된 눈을 잊은 채
10년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 동굴 프로테우스 올름처럼
살아보는 거야
2020.8.25
시집《봄길, 영화처럼》
keyword
뿌리
유칼립투스
죽음
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비주
직업
시인
김비주 작가의 브런치입니다. 시를 좋아하던 애독자가 40년이 지나서 시인이 되었어요. 시를 만나는 순간을 시로 기록하고 싶어요.
팔로워
53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오후의 정치
오늘의 순애론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