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마
햇눈이 내릴 때까지
아침이면 마주치는 죽음의 잎들이
부서지거나 말라가는 동안
오랜 연인처럼 곁에도 두고
엄마처럼 의식의 한켠에 넣어둔 채
마른 잎 사이로 보내는 몽상의 시간, 잠시
꾸덕꾸덕하게 말라가던 머리가 칼칼하게 되새김할 때
뿌리를 흔들며 죽지 마
탄탄한 뿌리로 흙을 움켜쥐고
새순을 올리는 거야
잊어버린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거야
하늘하늘 하늘을 향해 올리던
지상의 이야기들을 접어두고
습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퇴화된 눈을 잊은 채
10년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 동굴 프로테우스 올름처럼
살아보는 거야
2020.8.25
시집《봄길, 영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