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변

by 김비주

말은 갈수록 더디어진다

어린아이의 말처럼

뱉어 버린 껌의 생 위로 수많은

발자국이 지나간다

동그마니 말린 혀로 걸음마를

떼던 참된 언어는 고귀했다

물밑 아지랑이 피어 올리던

텁텁한 날의 노래

신기루로 희망을 접어 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죔죔놀이에

우주를 폈다 쥐는

숭고한 시작이여

아기는 걸음마를 뗀다

오랜 침묵이 지나가고

숱한 사유가 영글어지고

말의 조각들이 빗금을 그을 때

더딘 말로 우주를 본다


《오후 석 점, 바람의 말》 2018, 전망

11쪽 첫 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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