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준비시키기 - 남자 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의 남자 이야기.
자신의 짝을 찾는다는 거 얼마나 어렵지만 중요한 일인지 알면서도 삶에 치이다 보면 종종 망각하게 된다. 내 주위에도 보면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고민들은 참 다양했지만 – 대학교나 심지어는 고등학교부터 오랜 연애 끝에 자연스럽게 만나서 결혼하는 커플, 100번이 넘는 소개팅과 선 끝에 결혼하는 커플, 오래오래 사귀고 결혼까지 계획하고 하다가 막판에 틀어지고 새로 만난 사람과 몇 달 만에 결혼하는 케이스 등등 – 무엇을 하고 먹고살지의 문제만큼 commonly share 되고 강조되고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Being이나 Loving의 문제가 Doing의 문제만큼 중요시되지는 않았던 게 아닐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결혼은 타이밍이고, 좀 bluntly put it 하자면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을 만나면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덧붙이자면,
난 사실 여자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남자 형제밖에 없고 워낙 남자들이 많은 환경 (남고, 대학교 운동부, 경영대 등)에 주로 노출되어 있다 보니 ‘여자’를 깊숙이 이해하고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아서 만나고 사귀는 건 종종 했어도 정말 깊이 있는 교감을 하고 편안하게 몇 년 동안 만나고 이런 건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은 알지만 숱하게 차여보기도 했고 다양한 삽질도 해봤고 주위 친한 친구들의 항상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잘할 수 있을지 이런 건 잘 모르겠었지만) 난 빨리 결혼하고 싶고 아기도 빨리 낳고 싶고 가정도 빨리 꾸리고 싶었다. 우리 부모님이 보여준 모습과 내가 자란 가정, 내가 그리던 가정의 모습은 매우 luckly 하게도 행복의 중심이자 가장 단단한 unit이었고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내가 삶에서 따르고 존경하던 사람들도 가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서 난 누구를 만나든 항상 결혼을 염두에 두었고 기왕이면 나이 30전에 결혼이 하고 싶었다.
이런 나의 바람과는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나 일을 시작하고 삶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서, 내 삶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만도, 앞으로 나아가는데 만도 너무 정신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내 개인 블로그의 지난 포스팅에 이야기했듯 만남과 결혼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요새 들어 접하게 된 “진화하는 결혼”에 보면 현실적이고 조건에 바탕을 둔 결혼관이 꼭 counter intuitive 한건 아니라고도 나와있지만 이건 별론). 먹고살 만(?) 한 상태까지 스스로를 준비하려다 보니, 그리고 어쩌다 MBA까지 준비하고 그러다 보니, (또 알게 모르게 계속 욕심을 내다보니) 시기가 저절로 늦어졌다. 주위 사람들의 은근한 부추김 (남자들은 30 좀 넘어도 오히려 더 만날 사람이 많아진다느니 하는)도 적잖이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주의 공무원/고시 동기들은 동기들 사이에서, 또는 소개팅/선을 보면서 만난 사람과 결혼해서 안정을 찾고 할 때 난 계속 진로와 삶을 고민하느라 정신없었고 그 시기에 만났던 여자 친구는 내 머릿속에는 미래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며 나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MBA를 오게 되고, 한숨 돌리고 나 자신과 나의 삶을 재정비할 luxury를 가지게 되면서 나의 top agenda는 정말 사랑과 결혼이 되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내가 얼마나 결혼이 하고 싶고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잘 안다. 그냥 노는 게 별로 더 크게 재미가 없어졌다 술 먹는 것도 TV 보는 것도. 모든 experience를 같이할 사람을 간절히 원했고 같이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몰몬교 친구나, 기타 예쁘게 사는 가정이 나의 롤모델이 됐다. 그러면서 아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Being의 문제가 정리되지 않고는 Doing이나 Loving에 대한 direction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물론 Doing과 Loving이 다시 Being에 영향을 주겠지만). Luckly, 나의 경우는 MBA를 준비하고, 또 MBA 과정에서 다양한 삶을 접하고 나를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되면서 나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또 주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나의 상처, 나의 강점, 나의 약점, 나와 남과 다른 점.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고 설명 안되던 것들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친구들에게 30분 동안 내 삶의 이야기를 전한 경험, Touch Feely 란 small group에서 모든 감정을 sharing 하는 수업을 들으면서 발견한 나 –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향 나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상처를 open 해서 보듬는 게 얼마나 파워풀했는지 경험한 후 친구들 50명의 삶을 인터뷰해서 책을 준비했던 경험
한 가지의 예를 들자면 난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고 화내는 사람을 참 싫어했다. 여자 친구랑 사귀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난 웬만하면 충돌을 피했고 그런 상황에서 여자 친구가 화를 내면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헤어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 적이 많았다. 난 내가 특별히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Touch Feely를 들으면서 친구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은 protector – 충돌을 너무 싫어해서 어떨 때는 위선적으로 보이는 –였다. 난 다른 사람이 내게 내는 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에게 내는 화나 안 좋은 감정 표현도 잘 보지 못했고, 그런 경향이 12명 중 내가 가장 강했다. 왜 그럴까 계속 고민하고 나누고 하던 차에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아버지의 화 – 한 번씩 밖으로 분출되는 그 anger를 내가 정말 정말 힘들어했었다는 걸 I realized. 그래서 난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왔고 화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tolerance도 매우 낮았던 것이다. With this learning, 난 문제가 생기거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그걸 화로 확 분출하는 사람과는 정말 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나자 그런 스스로와 함께 할 사람에 대해서도 그려볼 수 있었다.
내가 업그레이드해서 수준 맞춰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make sense 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정녕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 나랑 잘 맞는 사람을 그려보고 그런 사람을 찾는 다면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all in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 갔다.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봤다. 그래서 나의 이상형이라는
이런 포스팅도 하게 됐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가치 – Value (가치관), Characters (성격), Family (가족관계/가족관), Appearance (외모) 등등의 큰 카테고리로 나눠서 한번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보니 꼭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짝을 만났을 때 더 큰 확신으로 붙잡을 수 있게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