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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백산 Dec 31. 2022

백가네 다섯 가족 이야기

Goodbye 2022 and welcome 2023

아빠 산 


아빠는 올해 말에 한국에 오면서 머리를 조금 더 길러서 가르마를 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새벽 6-8시에 하는 조기축구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저씨가 됐고, 카톡 단톡방 프로토콜과 신용카드 마케팅 수신거부 테크닉을 새로 배워가며 한국생활 재적응 중이다. 아파트 지하에 바로있는 헬스장에 가서 고작 30분씩이나마 운동할수 있는것, 주 1회 정도 좋아하는 사람과 저녁모임을 갖는것, 어디서 뭘 먹어도 미국에 비해 반이상 싼 음식값에 부담이 없는것, 부모님 찬스로 아내와 데이트도 가끔 할 수 있는것, 연로해 가시는 부모님이 손주손녀와 함께하며 너무 행복해하는걸 보는것, 반가운 사람을 결혼식장에서 한꺼번에 다 만나는것 - 아빠는 십여년만에 온 한국생활의 이런저런 재미를 만끽중이다. 새해엔 재밌는 프로젝트도 더 시작하고, 운동도 동선/시간만 맞으면 실내 테니스든 뭐든 하나 더 시작해보자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퇴근하고 형네 맥주가게에 가서 한잔씩 하고, 어서 부모님 은퇴도 더 돕고 싶은 목표도 있다. 아! 그리고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 어떤 아이들을 만날지 기대기대.  


엄마 민경

엄마는 한국에 오면서 다양한 식도락 여행과 신문물 (쿠팡, 배달, 키즈카페 등등)을 마음껏 체험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식구들이 많이 그립지만 영상통화로 달래며 내년도에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시댁식구들, 할머니 등 친척들에게 사랑과 마음을 맘껏 퍼주고 있다. 아파트지하에서 한 번씩 운동도 하고, 시부모님 찬스로 친구도 가끔 만나고 남편과 몇 년 만에 영화도 보는 낭만도 나쁘지 않다. 최애 flamin's hot 맛 치토스가 없는 건 아쉽지만 애들 재우고 재벌집막내아들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새해엔 드디어 본인인증 핸드폰/신용카드도 가지며 본격적인 한국생활 시작하고, 온라인 석사도 졸업하고, 아이들 학교에서 봉사일도 더 시작해볼 계획이다. 남편과 함께 만날 목장/셀 식구들, 그리고 주일학교 교사에서 만날 아이들도 기대된다.  


큰딸 하루

하루는 한국에 오면서 부쩍 마음이 편안해졌다. 학교에서 인기가 은근히 있는 모양이다. 태어나 처음 경험해본 겨울도 나쁘지 않다 - 눈도 예쁘고 스케이트도 재밌고. 영어와 한국어로 책도 읽고, 쿠키런 만화책에 빠져버렸다. 그림 그리는 걸 제일 좋아하고 집 앞 피아노 학원도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에 맘에 드는 남자애가 생겨서 아빠가 데리러 가서 크게 부르면 완전 질색을 하는 8살 어린이가 되었다. 수학은 여전히 싫지만 이제 드디어 한 자릿수 덧셈 곧잘 하니 뺄셈을 배울 때가 됐다. 이젠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씻고, 잘 준비하고, 심지어 아파트 비밀번호도 알아서 혼자 집에도 찾아올 수 있는 어엿한 초등학생 어린이. 여전히 엄마가 고프고 여자 동생/친구/언니들이 고프지만 올해 부쩍 성장한 하루의 2023년이 더 기대된다. 내년엔 어떤 새로운 만남이, 도전이, 성장이 하루를 기다리고 있을까. 


큰아들 하율

하율이는 갈수록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기질과 수완을 드러내고 있다. 용돈을 모아서 장난감 사는 재미에 빠져서 돈 모으기가 취미가 됐고, 자기돈으로 엄마아빠친구 선물까지 사는 통 큰 마음도 보여줬다. 늘 놀던 동네친구가 없어지고 집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신나게 뛰어놀지 못해서 자꾸 동생과 엄마아빠에게 주먹을 휘두르다가 이제는 그나마 집 앞 태권도를 보내며 에너지를 빼고 있다. 다리가 엄청 높이 올라간다. 아빠 핸드폰으로 한 번씩 하는 포켓몬게임에 푹 빠졌지만 또 한판만 하고 그만할 줄 아는 절제력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만들기에 관한 한 엄청난 재능을 보여줘서 엄마아빠를 놀라게 하고, 한 번씩 게임할 때 나오는 장난기 얼굴은 여전히 우리 가족에서 하율이를 따라올 자가 없다. 여전히 미국의 친구들이 그립다고 한 번씩 이야기하는 하율이 - 내년엔 친한 친구도 더 사귀고 더 본인만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며 성장하고 커갈 하율이를 응원하고 응원한다.  


막내 하임

하임 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고 올 한 해 입원도 거의 안 하며 건강도 많이 회복했다. 형, 누나 따라 별의별 말을 다 배워서 신기하게 말 많이 하는 세 살짜리 꼬마가 되었다. 막내답게 누굴 만나도 거침없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고 재롱부리는 사랑스러움에 만나는 어른들마다 다 녹여버리는 우리 집 귀염둥이. 형한테 맞아가며, 누나를 괴롭혀 가며, 아빠한테 매달려 가며, 엄마한테 칭얼대 가며, 올 한 해 하임 이는 부쩍 컸다. 알레르기도 조금씩 나아져서 올핸 초콜릿도 하나 먹어봤다. 아! 그리고 집 앞에 미술학원을 시작했는데 신세상을 만나 너무 즐거워한다. 내년엔 지금껏 못 먹어본 음식 더 많이 먹고, 어린이집에서 친구도 사귀고, 어쩌면 유치원도 가고 하면서 하임 이는 더 쑥쑥 클 계획이다. 하임이의 사랑 에너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펑펑 터지는 걸 지켜보고 경험하는 게 우리 가족에겐 큰 기쁨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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