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폭풍같은 한주가 또 지났다. 주중보다 훨씬 정신없고 스트레스풀 했던 일요일 오전을 마치고 스타벅스에 와서 커피한잔 하면서 한주를 회고하는 지금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글과 함께 잠시 출렁이는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고 저 깊은 심연까지 슥 한번 내려갔다 오면 속이 다 후련할것 같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약 한시간. 2023년 2월 둘째주, 난 어떻게 보냈나.
가족 - 특히 지난주 토요일에 엄마 칠순잔치를 어렵사리 (?) 잘 치뤄낸게 감사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내가 신경 많이썼고 형도 형수도 신경많이 썼고 엄마 본인도 신경쓰고 아빠도 애쓰고 친척들도 도와줬다. 마냥 쉽고 편하고 순조롭게 모든게 흘러간건 아니였지만 그정도의 불편함은 괜찮았고 좋았다. 두고두고 추억이 될 시간이었다.
일 - 매니저가 미국에서 와서 같이 시간을 꽤 보냈다. 조금씩 sync도 맞춰지고 있고 일도 손에 익어가는게 느껴진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참 우수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과도 정이 조금씩 들고 있다.
사람들 - 같이 스타트업업계에서 미국에서 부터 만나 상당히 오랜시간 알고지낸친구를 만나 한잔 하기도 했고 같이 기재부를 그만둔 후배 전 사무관들을 만나서 회포도 풀고 모임 이름도 만들었다 (Beyond공무원 - 비공). 사회와 주위에 일의 의미를 더 전하려 노력하는 사람들과 Zoom콜도 가졌다. 한국와서 가지게 되는 이런 저런 만남이 적잖이 즐겁고 삶의 활력소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 삼체 - 요샌 Fiction이 non-fiction보다 좋아졌다. 40대가 되면서 이젠 non-fiction에 질린건가. 나도 나의 변화가 신기하다. Fiction의 세계에 잠시나마 들어갔다 나오는 그 상쾌함이 좋다. Stranger란 드라마가 상당히 재밌었는데 갈수록 좀 질질끌리는 느낌이라 완주할진 모르겠지만.
운동 - 주1회 축구, 주중엔 거의 매일 F45나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 잠깐이라도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와서 확실히 운동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체력도 좋아졌다. 조금씩 몸도 좋아지는게 느껴진다.
아름답고 진실한 이야기들 - https://youtu.be/5DPNo97OkDY - 최근들어 친구 소개로 알게된 유투브 채널인데 주로 삶의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이 여자의 삶의 고백은 정말이지 절절했다. 기구하기 짝이 없는 삶인데 또 이렇게 담담하게, 아주 적절한 단어들과 엄청난 스토리텔링gift로 들려주니 한편의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는것 같다. 이하늬의 간증도 좋았다. 진실한 삶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힘과 용기, 새로운 시각을 준다.
가족/애들보기 - 가족은 내 에너지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내 에너지를 순식간에 다 없애버리기도 하는 참 신기한 공동체이다. 지금도 오늘 하루 종일 애들과 치룬 크고작은 전쟁들에서 다 지친 심신을 이 글쓰기로 달래고 있는것만 봐도. 여기에 쓰는게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엄청 사랑하고 감사하지만 숨이 턱턱막히는 순간은 계속 있다.
일 - 일도 내 에너지의 근원이지만 스트레스의 가장 큰 부분중 하나다. 요새 또 은근히 신경쓰이고 걱정되는 일들이 많다 여기 하나하나 다 쓸수 없는. 당장 해결해야 하고, 닥친 스트레스들도 있지만, 좀더 근원적인 걱정들 - 난 지금 잘 가고 있는것일까. 난 나와 잘 맞는 업을 찾아서 일하고 있나 - 내가 있을 곳에 있나. 언젠가 나도 내 사업을, 내 업을 자산처럼 키워갈수 있으려나. 좀더 모든걸 쏟아부어야 하는건 아닐까 이런류의 걱정들...
미디어/핸드폰/술 - 아 진짜 요새 핸드폰 너무 많이한다. 심지언 요샌 애들 재우고 술도 한잔씩 한다. 하루의 고단함을 미디어/핸드폰/술로 풀어내는데, 나도 안다 이게 결국 힘을 뺏어가고 더 큰 스트레스를 내게 주기도 한다는걸. 그치만 즉각적으로 내 지친 심신을 마비시키고 정신을 다른곳으로 돌리는데 그만한게 없으니 거의 중독수준이 아닐까. 특히 지난주 페이스북에서 본 주위사람들의 멋진 삶은 좋고 응원이 되지만 또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더 소셜미디어를 못하겠다 - 인스타에 가족사진은 종종 올리는데 과연 이것도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닐런지...
아래 써놓고 보니 지금 나의 바람이 얼마나 개인적인 것들에, 일신의 안위에 국한되어 있는지 다시한번 느꼈다.
일 -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 내가 하는 일에서 성과/성취가 나오고 우리 팀이 무언가 멋진것을 만들며 시원하고 앗싸한 경험을 같이 해볼수 있기를 아 난 참 바라고 있다.
돈 - 돈을 좀 모를수 있기를 바란다. 더 늦기전에 자산을 조금씩 모을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건강 - 거북목도 치료하고 운동을 통해 몸도 더 만들고 축구도 더 잘하고 기회되면 등산도 갈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 - 민경이가 계속, 더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그녀가 신나는 일을 찾아서 하고싶은 일 하고, 맛있는것도 많이먹고, 계속 지금처럼 빛나고 반짝일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아이들이 쑥쑥 자라기를 바란다. 특히 하율이가 맘이 더 편해지기를, 자존감이 더 커지기를, 사랑으로 자신감으로 무장하기를, 그리고 좋은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좀더 바라자면 형 일이 잘되기를, 부모님이 건강하고 어서빨리 은퇴하기를, 특히 엄마의 새로운 인생의 장이 펼쳐지기를, 아빠에게 새로운 꿈이 생기길 기도한다.
사회 - 정형화된 삶의 방정식을 강요받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공무원 후배에에서 부터, 더 그런일들이, 이야기들이 퍼져나갈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너무 많은 정신과 에너지가 "나"에 머물러 있어서, 삶의 크고작은 붙임과 걱정에 끌려가듯 보내는 시간이 많음을 느낀다. 너무 조급함을 느끼진 말되 (지난 몇달전과 비교해보면 이만큼 온것도 참 감사한 일이니) 그렇다고 끈을 놓지는 말자.
공동체 (서로 힘을 주고 또 마음을 쏟아부을수 있는 사람들) - 계속 꿈꾸고 나 이상의 것을 바라보고 향하려면 그런 에너지를 나눌 수 있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같이 기도해주고 응원해줄. 그리고 서로 사랑할. 특히 난 내가 사랑하고 마음을 쏟아부을수 있는 사람도 구하게 된다. 아이들이 있지만 아이들과는 또 다른. 교회 주일학교를 기대하는 마음도 연장선상이다. 멘토링은 멘티뿐 아니라 멘토도 살게한다.
작은 성공과 성취의 모멘텀 - 일과 가족, 삶의 기본적인 책임을 넘어서 무언가를 꿈꾸고 해보려면 에너지가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작은 성취가 필요하다. 모멘텀을 줄 수 있는.
영성과 내면의 내공 - 한국에 와서 고민되는 부분이다. 개인 기도와 영성 시간이 원래도 별로 없었지만 더 줄었다. 문제인것 같은데, 과거에 했던 방식을 다시할것인가. 한국에선 새로운 방법이 있을까.
채찍은 나를 나아가게할수 있지만 진정한 몰입을 방해한다. 난 은혜/은총의 경험들을 기억하며 다시한번 붙잡고자 한다. 최근에 받은 은혜에서 내가 받은 단어는 "축복"이다. 축복하라는것. 중년의 남성으로서 무게있게 자리를 지키면서 주위를 축복하라는것. 그게 가정이든 일이든 교회든 친구/선후배든. 과연 난 축복받은 자일까. 난 누군가를 축복할수 있을까. 그냥 입에발린 좋은말이 아닌 진정한 의미로 누군가를 축복하고 그걸 믿고 응원하고 바라며 마음을 쏟아부을수 있을까. 튜르키에에 난 대지진에는 돈 몇만원 보태는것도 벌벌 떨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선 너무 쉽게 이것저것 사고 있는 하루종일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직장 상사한두마디에 하루 기분이 좌우되는 소시민인 내가 누군가에게 과연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을까. 맨날 말도안되는 짜증과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우리 애들은 축복받은 자이며 누군가에게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이건 평생에 걸친 질문이겠지만 그래도 붙잡게 되는 것이다. 축복받은 자여 마음껏 축복하고 뚝심있게 자리를 지켜라. 그래 한주간 다시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