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내가 누군지 모른다
얼마 전에 미국 보딩스쿨, 그리고 한국 외국인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교 고학년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아이비리그 교수와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본토출신 한국인과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 감별법. 둘 다 영어도 완벽하지만 조금만 대화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국에서 자라 유학온 아이비리그 학생들은 학업적으로 매우 우수합니다. 거의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들과 대화하면 할수록 도저히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색깔을 모르겠달까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뚜렷하게 알 수가 없어요. 어찌 보면 본인들도 잘 모르고 있을 수 있겠단 생각도 들고요.
한국식 교육을 받아 30여 년을 한국에서 자라고 일해온 나도 미국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느꼈다. 난 너무나 정답 찾는데 익숙해져 있고, 내 의견을 확실하게 개진하고 반대의견을 또 경청하고 거기에 대응하며 토론하는 것에는 정말 서툴다고. 서로 다른 의견이 싸우는 그 장 자체가 내게는 너무 불편했고 지금도 쉽지 않다.
객관식 정답만을 강조하는 사회. 하나의 획일화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내가 입시교육을 받은 지 이십 년도 더 지났지만 객관식 정답 찾기에 올인하는 한국 교육과 획일화된 삶만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압박은 오히려 심해진 듯하다. 여기에 스마트폰/소셜미디어가 더해져 청소년들의 개성과 표정이 오히려 더 없어진 느낌이랄까...
축적의 시간에서 저자들은 결국 최고의 가치 창출은 "개념설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창의성이 나중에 그려진 그림을 바탕으로 실행/구현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인, 한국사회는 목표달성 능력으로는 이미 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목표설정 능력에선 과여 어느 수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글에 자세히 생각을 다 담을 순 없겠지만 아래 목표설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self-awareness)
세계관 (세상과 상대에 대한 이해)
자신만의 목소리와 의견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장, 그리고 경험
즉 나를 알고 남을 알고 그 가운데에서 자기 의견을 마음껏 표현하며 토론하고 다듬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지. Perhaps if we Korean can even get to do that, we will be unstopp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