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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백산 Mar 10. 2019

모든 곳에 명예퇴직이 필요하다

택시기사 파업을 보고 느낀 생각들 

기업에는 명예퇴직이라는게 있다. 그게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보통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연공서열에 의해 보상이나 승진이 결정되는 곳에서, 연차도 직급도 많이 올라간 사람들에게, 퇴직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어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이다. 당장 이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상당한 돈이 들지만 1) 승진적체를 풀고 2) 더 일이 잘 되게 만들고 (어느정도의 meritocracy 를 확보하고) 3)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한다는 데에서 그 필요성이 있다. 


사회는 '책속의 경제학' 과는 다르다. 모든게 수학문제 풀듯이 바로 풀리지 않는다. '사람'의 삶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어 사회적으로 별 효용이 없어졌다고 사회에서 퇴출시킬수는, 고려장 시킬수는 없다. 수만명의 생계와 일자리가 걸린 직장이 무너지면 국가가 세금으로라도 막는건 그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해서 기존 사람들의 삶 모든걸 인정해주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경제개방도 못한다. 경제학적으로 더 사회 효용이 낮아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국민의 농업과 경공업을 보전하기 위해 수출주도 개방경제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우리는 늘 먹거리를 걱정하고 있는 후진국에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파업하는 택시노조와 운전사들을 생각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새로운 산업혁명에 뒤쳐지고, 우리는 생산성도 없고 글로벌리 경쟁력도 없지만 꼭 로컬에서 필요한 일들 (단순 노동, 식당 등) 결국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우리 기업이 만든건 하나도 없어지는 일까지 발생할수도 있다. 


그렇기에 당장 경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명예 퇴직이 필요하다. 택시업, 조선업 등 전통산업, 검찰, 공무원, 의료계, 전교조, 노조, 재벌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 필요하다. 아래는 내가 존경하는 이재웅 대표님이 이글에서 하신 이야기 아래 발췌한다. 한줄한줄 동감하는 부분이다. 

저는 아래 칼럼에 동의합니다.

극한직업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택시기사분들중에서 변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서비스의 기준을 높이는 것에 동의하는 분들은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하거나 ‘타다 베이직’ 드라이버로 들어 오시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거나 서비스 기준을 높이는 것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정부에 합당한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정부도 택시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지금 이미 들어가고 있는 연간 1조원에 가까운 보조금(유류보조금,카드수수료감면, 부가세, 취득세 등록세 감세등등)을 더 늘리는 안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을 택시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 사용하고 연착륙을 고민해야 합니다.

왜 정부가 구조조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구요? 이거야말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겠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부담해야할 비용입니다. 10년뒤에 자율주행이 본격화되었을 경우에는 25만명의 일자리와 면허권리금등이 한번에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 추가 비용부담 없이 이미 지급하고 있는 1조원 가까운 보조금을 택시 구조조정자금으로 사용하기만 해도 연간 1만대씩 택시를 감차를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연간 2000만원 실업수당을 전체 택시기사의 20%인 5만명 기사에게 지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70세 이상인 택시 기사분들만 해도 2만 7000명이니 이분들을 퇴직시키고 4000만원 가까이 퇴직금 드릴 수 있는 돈을 정부가 택시에 매년 보조금으로 주고 있는 셈입니다.  

혁신산업은 도와줄 필요 없습니다. 새로운 산업은 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고, 혁신되어야 하는 산업은 정부가 발전시킬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연착륙을 도와줘야 합니다.

“당위만 외치고 행동은 없는 정부가 아니라 욕먹을 각오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정부가 보고 싶다”

그래 욕먹을 각오 하고, 언젠가는 부담할 비용들을 적극적으로 수면위에 꺼내놓고 당장은 큰 비용 같지만 하나씩 부담하고 그런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사회가 보고 싶다. 기업에서도 산적한 문제는 이야기안하고 늘 '당위'만 이야기하면 너무 힘빠진다. 그래 비전이고 미션이고 알겠는데 일단 지금 이 일 못하고 모두를 괴롭히는 사람을 어떻게 해달라. 뭐라도 결정을 내리자. 결정없이 문제를 덮어두면 계속 곪아갈 뿐이다. 그럴때일수록 진짜 리더는 진가를 발휘하고, 리더가 못하면 짤릴 각오를 하고 할말은 하는 직장인이 필요하다. 


공무원하면서 잠깐이나마 본것은 사회에 문제가 정말 다양하게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다 할 수 없다. 대통령도 절대 못한다. 전선을 무조건 넓힐것이 아니라 아주 철저히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 되기 전에 대통령 당선자일때 지지기반을 이용해서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아니면 자기 때에는 다 안되더라도 할말은 함으로써 사회에 충격과 감동을 줘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노무현을 그리워하지 않는가. 아래 내가 진짜 존경하고 따르는 전 차관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을 나눈다. 

대한민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해답에 대해 누군가 나한테 물어본다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내쉬 균형이라고 알지? 경제학에 나온. 그게 결국 죄수의 딜레마로 이어지잖아. 하지만 그건 한번 게임할때 이야기고 여러번 게임을 하면 균형이 바뀌지. 시장실패가 일어나는게 아니라 타협도 나오고, 상대방이 잘못하면 보복도 가할수 있고 그렇잖아. 우리나라도 그게 필요하다고 봐. 지금은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단타성 싸움으로 양극단적 접근을 하지만, 정치가 성숙하고 좌우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스템과 공감대가 생기면 본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시장실패가 아니라 타협적인 해결책이 나올수 있다고 봐. 지금 한국에서 어느 계층에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을 하려고 한다면 (그 집단에는 희생이나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반발이 너무 커서 할수가 없어. 너도 경험했듯이. 신뢰가 너무 없어. 결국 중요한건 어떤 가치를 내세우느냐지. 과거에 내세우던 성장 일변도의 가치는 이미 헤게모니를 잃었어. 그렇다고 지금 정권이 제시하는 가치가 답이냐, 그것도 아닌거 같아. 차세대 리더는 우리 민족이 붙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줘야할거야. 그런 인물로 보는 사람이 있냐고? 없지없지.

그래, 이런것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성숙한 시민, 정치인, 언론, 사회를 기대한다. 나부터 내 밥그릇 내려놓는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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