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살아날 수 있을까. 죽음을 각오하면 분명히 살아날 것
https://www.youtube.com/watch?v=Ufmu1WD2TSk
최근 한 유명 해외 유투브 채널이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한국의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 영상이 올라간 후,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대학생부터 해외에 거주 중인 친구들까지 “이게 정말 사실이냐”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그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은 이미 일상처럼 들려왔다. 중증외상센터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국종 교수님조차 “한국은 끝났다. 너희는 탈조선해라”는 강연으로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참담한 현실이다.
잠깐, 이런 ‘탈조선’ 담론은 과장된 건 아닐까?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미디어가 부정적 내러티브를 확대 재생산하고, 한국 특유의 냉소적 문화가 여기에 더해지면서 문제를 더 부풀려 보여주는 건 아닐까? 마치 샌프란시스코가 마약과 범죄로 무너진 도시처럼 보이지만, 정작 현지 사람들은 일상을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탈조선을 말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넘친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진지하게 이민을 고민하거나 이미 실행에 옮긴 사람들을 숱하게 본다. 기회와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빠르게 떠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레몬 마켓(lemon market)’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좋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만 남아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다. 기회가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다 떠나다면 한국시장의 실패는 명약관화와 같다. 투자자 선배들의 이야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해외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자 선배: 산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국장을 탈피한진 오래됐잖아. 영어유치원 어렵게 돈 쓰고 에너지 쓰고 보내고 나니 황소학원이다 뭐다 애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주위에서 난리더라. 세상은 AI로 자동차와 드론과 우주선이 날아다니는데 이게 뭔 난센스니. 난 애들 한국에서 키우고 싶은 맘이 전혀 안 생겨. 곧 미국으로 다 같이 갈 것 같아.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하는 투자자 선배: 지금까지는 한국에 진짜 건강보험료부터 세금 엄청 냈지. 근데 이젠 애들도 다 미국으로 학교 가고 해서 굳이 한국에 적을 둘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세금도 너무 세고. 아마 조만간 본거지를 싱가포르로 옮기거나 그럴 거야.
무엇이 탈조선 열풍을 부추기는가. 우리를 옥죄메고 비관을 품게 만드는 요소가 너무나 많다. 굵직굵직한 것만 꺼내봐도 아래와 같다. 늘 일할 때 하는 게 정확한 문제 진단과 가장 중요한 방해요소 (bottleneck)를 구별하여 이야기하는 건데, 어느 하나만 꼽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복합적이고 강력한 방해요소가 산재하다.
인구절벽: 급속한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젊은 세대의 부담 가중
재정불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위기
교육환경 악화: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치열한 조기교육 현실
노동 및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규제, 후진적 정치 구조
자본시장 왜곡: 비합리적인 인수합병/기업지배구조를 눈감아주는 자본시장, 이로인한 주식시장 장기침체, 부동산 몰빵, 과도한 상속세 등으로 인한 자본가 이탈
사회 갈등: 극심한 정치적 분열과 세대·계층 간 갈등
인재 유출: 창업·공학계로의 유입은 줄고, 유능한 인재는 의사·변호사·해외로
결정적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개선의 가능성과 비전이 보이면 완전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더 나빠질 것만 같고, 좋아질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의 비전은 공허하고, 사회적 신뢰는 바닥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운명을 기다리는 순종적 민족은 절대 아니다 보니 다들 발 빨리 움직여 여러각도로 탈조선을 하고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키고도 있다. 서학개미든, 코인이든, 서울부동산 갭투자든, 이민준비든, 영어유치원이든 뭐든. 레버이지 투자에 미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이 글이 핵심을 잘 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끝나지 않았다는 담론도 분명 존재한다. 첫번째 내러티브는 이것이다 - 강한 한국인
얼마 전에 한국 투자계의 대부로 불리는 선배 투자자에게 한국시장 투자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선배님은 아직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렇게 이야기해 줬다.
산: 선배님, 잘 지내시죠? 요새 한국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잖아요. 시장이 안 좋기도 하고, 이미 나올 유니콘은 다 나왔다고도 하고. 제가 보기에도 쿠팡, 배민, 토스, 당근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십 년 전에 비하면 완전 매크로가 바뀐 것 같고도 하고요. 혹시 전체 투자에서 한국투자 비중을 좀 줄이시거나 그러셨는지요?
선배: 아냐, 우리는 여전히 한국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적어도 아직은
산: 혹시 그게 한국시장에 대한 믿음인가요? 아니면 한국인에 대한 믿음인가요? 어떤 게 좀 더 강하신지요?
선배: 둘 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후자가 좀 더 강한 것 같아. 한국시장 + 알파를 보는 것에 특히 더 투자하고 있어. 한국인이 가진 경쟁력은 확실히 믿고 있고.
더벤쳐스 CIO로 한국과 시장에 대한 활발한 포스팅을 이어가고 있는 조여준 파트너도 "Korea is NOT over"라는 포스팅에서 출산율 반등의 가능성, 로보틱스/AI 기반의 신산업 성장, 연금 수익률 개선 가능성 등 한국의 잠재적 기회를 이야기하며 낙관론을 이야기했다.
과거에 여러 불가능을 만들어냈던 한국인의 저력을 근거로 한 번 더 도약을 일궈낼 수 있다는 논리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모두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윤희숙 전 의원의 명저 "콜드케이스"에는 대략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한국은 두 번의 불가능을 이뤄냈다. 하나는 민주주의이고 두 번째는 경제성장이다. 특히 70-80년대의 고도성장의 첫 번째 도약, IMF이후 세계화의 두 번째 도약은 우리 경제와 사회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AI 중심의 새로운 기술체제, 탈글로벌화 시대의 국제정세와 같은 외부 충격에 더해 내부 국내 경제정치의 구조적 질환이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세 번째 도약이 필요하다. 과거의 도약이 그랬듯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고 해내야 한다.
상상이상의 에너지와 비전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의 오늘 포스팅 -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 늘 그랬듯이" 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주어진 운명을 절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의 민족성을 기반으로 민주주의와 글로벌이란 키워드로 나아가자는 메시지, 그리고 말만 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하고 있는 그 삶이 귀감이 된다.
강한 한국인에 더해 생각지도 못한 내러티브가 있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큰 기회
미국, 아시아를 넘나들며 광의의 임팩트 투자 (Impact investing)를 하는 친구와 엊그저께 밥을 먹는데 친구가 하는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난 한국에 대해 충분히 안에서도 볼 수 있고 밖에서도 볼 수 있고 여러 가지 시각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였다.
친구: 산아, 너 그 펀드 알지? 얼마 전에 엄청난 규모로 AUM을 키웠고 미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계속 펀드 키우고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그다음 타깃은 한국이야.
산: 진짜? 한국에서 그런 펀드가 될까? 지금 매크로가 이렇게 안 좋은데?
친구: 사실 한국은 우리 같은 임팩트 투자자의 시각에서 보면 완전 미개척지대야. 단순히 수익률 극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같이 높이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잖아. 그게 비영리든, 사회적 기업이든, 아니면 미래의 사회를 변화시킬 가능성 높은 미래 기술이든 간에. 한국에도 분명히 그런 자본이 많고 자본가가 많을 수밖에 없어. 한국이 늘 스스로를 디스카운트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한국은 세계 10대 부국인데. 여기에 더해 크리스천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한 아주 두꺼운 40-50세대가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지. 돈 이상의 임팩트를 꿈꾸고 그 가치를 이해하는 자본가와 생태계가 생길 토양이 충분해.
미스터리 한건 몇 년을 쏟아부었는 데로 한국에는 이런 자본가와 창업가의 생태계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는 거야. 특히 한국의 자본가들은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미국에도 싱가포르에도 인도네시아에도 아프리카에도 유럽에도 이런 생태계가 형성돼서 활발히 정보공유도 하고 힘도 주고받고 하면서 자본이 더 임팩트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보이는데, 한국은 여러 번 시도해 봤는데 전혀 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 너무 어려워 난이도 최상위권인거 같아. 내가 한국인인데 싱가폴 대만 미국에서 생태계 형성하는게 훨씬 쉬운게 이상하지 않냐? 근데 확실한건 기회는 분명 있고 상당히 크다는 거야.
참 맞는 말이었다. 한국의 자본은 갈 곳을 잃고 있었다. 개인의 부 증식 외에는 별다른 사회적 임팩트가 없고 해악만 심해지는 부동산이나 단기차익을 노리는 하이레버리지 코인에 몰빵 되어 있고, 그나마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주식시장 자금은 해외 주식에 집중되어 있었다. 자본가는 앞다투어 싱가포르 등으로 자본을 유출하고 있는 정말 안타까운 현실.
하지만 문제는 곧 기회다. 벤처투자도 마찬가지고 쿠팡의 문제해결방법론도 마찬가지다. 진짜 문제는 기회가 없는것이고 시장이 작고 사이즈가 작은것이지 구조적인 병목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쿠팡에서 일할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게 Entitlement - TAM 과 같은 문제의 사이즈이다. 기회가 있는게 가장 중요하다. 구조적인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하면 된다.
자본이 사회의 역동성을 키우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투입된다면? 한국이 가진 제조업기반과 테크기술을 활용해 AI제조업으로 미중 샌드위치를 극복하고 Global Vertical winner가 나온다. 탈북인 소외, 지방소멸, 정치양극화, 분열을 부추기는 미디어, 필수의료공백과 같은 산적한 사회문제에 꼭 필요한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이 나오고 기부가 활성화된다. 미/중만 보지 않고 한국이 영향력을 더 미칠수 있는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와의 다양한 산업/연계가 강화되고 에너지/원자재/방위사업 할것없이 다각도로 협업하는 펀드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회의 역동성이 늘어나면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거나 사회에 필요한 문제에 헌신하는데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면 끝도 없다. 갈곳을 잃고 묵여있거나 떠나고 있는 돈이, 사람과 사회를 분열시키는 주범이 되고있는 자본이, 사람과 사회를 살리는데 마음껏 쓰인다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하면 탈조선을 온조선 (On)으로 바꿀수 있을까? 머무르고 싶어지는 한국. 자본과 인재를 끌어들이고 주위에 영감과 희망을 주는 나라로. 변화의 계기와 실마리가 필요하다. 얼마전에 두바이를 가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글도 썼었더랬다. 두바이도 한것 우리라고 못할건 무언가.
"우리는 한때 기회가 모이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나 개인의 미래가 불안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사회에 나오는 다음 세대는 볼낯조차 없다. 물론, 두바이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성공 사례고 한국보다 더 똥볼을 차고 있는 나라가 많다는 것 안다. 하지만, 사막의 땅 두바이에서 고작 석유 몇 방울을 마중물로 한걸 우리라곤 왜 못하는가. 우리 눈앞의 현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
구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다. 너무나 필요하다. 알마전에 태용도 이런글을 썼다 - 너무 단기적이고 섹시한 유행 따라가는데에 집중하지 말고 구조적으로 경제 활력을 풀수 있어야 한다고. 정치적 안정성과 화합도 너무 필요하고. Can't agree more.
문제는 이런 구조개혁의 토양이 아직 없다는게 아닐까. 정치인과 기업인, 리더를 탓하기 전에, 문제를 남과 밖으로 돌리기 전에, 나의 내면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화를 돌아보게 된다. How's the water we are swimming now.
구조개혁을 가능케 하는 토양을 만들려면? 이순신 장군이 남긴 유명한 말 - 생즉사 사즉생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이 말씀을 남기고 이순신 장군은 본인의 삶을 던지고 나라와 민족을 살렸다.
성경에도 비슷한 말들이 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죽음을 각오하고 자기의 유익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헌신하고 대의를 추구하는 삶을 살 때 오히려 역설적으로 살게 된다는 이 말씀. 반대로 나만 살고자 하면 결국 죽을 것이라는 이 말씀. 이게 지금의 한국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고난주간 성금요일 예배에 내게 확 들어온 말씀이다. 나도 다른 한국사람과 다르지 않게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레버리지를 해보고 있다. 중요한 건 그런 거 한두 가지를 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나의 마음가짐과 삶의 자세이리라. 나에겐 나의 단기적, 개인적 유익 이상의 가치가 있는가. 나에겐 때로는 죽음을 각오하고 헌신하며 대의를 추구할 수 있는 용기와 기개와 성숙이 있는가. 희망이 꺼져가고 있고 희망이 너무나 필요한 이 땅에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있을까. 이 나라와 민족을 더 사랑하고 싶고 더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헌신을 하면서도 그걸 프라이드로 삼지 않고 겸손히 내 할 일 하는 성숙한 믿음을 가지고 싶다.
이 희망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키울수 있는 삶을 소망한다. 우리민족은 우수하고 강하다. 우리에겐 큰 기회도 있다. 구조적이고 문화/특수적인 여러 문제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때론 아주 작은 변화하나, 계기 하나, 마중물 하나만 있으면 된다. 촛불혁명이 한두개의 촛불로 시작한것처럼. 이순신 장군이란 한명의 인물처럼. 그리고 이첫여년전 서른세살의 나이에 변방땅에서 십자가를 지고 피흘리며 자기삶을 내어준 예수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