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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재 Jul 27. 2024

광주 무각사, 도시인의 발걸음과  신심이 쌓여가는 곳



  조계총림 송광사 광주 포교당 무각사는 빛고을 서구 팔경 중 하나인 상무지구 내 5.18기념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일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여의산(如意山) 자락으로 원래 극락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1950년대 초반 이곳에 상무대(전투병과 교육사령부)가 들어선다. 장병들의 훈련공간으로 국방부가 활용한 것. 1971년에는 송광사 방장 구산 큰스님과 지역 불자의 원력이 모아져 부처님 도량 무각사를 창건한다. 병영 사찰로서 상무대 장병들의 호국정신과 불교신행의 정신적 귀의처로 자리를 잡는다. 1994년에는 상무대가 전남 장성으로 이전한다. 군부대가 떠난 자리를 개발해 상무지구가 행정, 문화, 상업의 신흥 중심지로 새롭게 변모하게 된다.



  상무지구를 개발하면서 무각사를 포함한 여의산 일대 10만여 평은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1998년 정부가 무상 양여한 옛 상무대 부지에 광주광역시가 5.18기념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구심점인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5.18기념공원에는 5.18기념문화관, 대동 광장, 추모 승화 공간, 오월루 등이 들어선다. 수준 높은 시민의식과 민주인권 정신을 체험할 광주시민의 쉼터가 생겼다. 공원 내 위치한 무각사도 시민들의 정진 도량이자 광주불교의 중심 사찰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광주 최대 신도심의 하나인 상무지구는 유동인구가 많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거리는 번화하다. 항상 활력이 넘친다. 반면 무각사 주변에는 5.18기념공원을 일주하는 약 3km 정도의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건강 가꿈길로서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다. 무각사는 뜨거운 열정과 차분한 쉼이 공존하는 도시의 한복판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각사는 도심 사찰로는 드물게 일주문, 사천왕문, 대웅전, 종각 등 전통사찰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이어지는 가람 형태는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깊은 산사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특히 '불이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사천왕상을 지날 때면 속세의 탐욕에 눈을 들기가 어렵다. 이렇듯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걸음걸음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내 안에서 답을 찾는 과정과도 같다.



  무각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공간을 운영한다. 사찰 내 문화관은 지역 예술가의 발굴과 지원을 위해 전시공간을 제공한다. 시민들에게는 도심 속 문화 향유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문화관 내 로터스 아트 스페이스를 비롯, 사찰의 신행 공간이 외부 전시공간으로 변모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가람이 예술과 만나 수행의 한 방편으로 중생들에게 자리를 잡았다.



  무각사는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템플스테이도 운영한다. 희망자는 당일형, 체험형, 휴식형 프로그램 중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접수가 가능하다. 무각사는 도시형 사찰로 일반 산사와 달리 접근성이 용이하다. 현대적 건축미는 색다른 느낌을 더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템플스테이는 삶의 쉼표로서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무각(無覺)은 사전적 의미로 유각(有覺)의 반대, 모든 지각분별(知覺分別)을 떠난 것을 말한다. 곧 감각이 없는 것, 비정(非情)을 가리킨다. 이는 집착심(執着心)과 분별심(分別心)을 떠나 깨달음에 이르려는 뜻일 터, 깨달음의 경지는 늘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무각사는 도시인의 발걸음과 신심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곳이다. 절이 도시로 들어왔고 도시는 내 안의 소리를 듣기 위해 절에 귀 기울였다. 이제 도심 속 사찰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나무의 숲과 사람의 숲이 다르지 않듯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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