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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용 Sancho Jan 17. 2019

나는 어떻게 해외취업을 했는가?

막연한 사람들을 위한 팁 한 스푼

네덜란드에 있는 Booking.com에서 Product manager로 일하게 된 지 이제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2017년 봄, 이민/이직을 결정하고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동안, 그리고 여기 와서 일하는 동안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취업하셨어요?였다. 나는 한국에서 공부했고, 한국에서만 일했고, 취업 당시 한국에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될 많은 분들도 같은 상황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뒤돌아보니까 나는 네덜란드에서 살고 일하는 얘기만 했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은 절대 “이렇게 하면 해외취업 할 수 있다”가 아니다. 단 1회 뿐인 해외 이직 경험을 가지고 일반화된 글을 쓰고 싶진 않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이 글의 목적은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함에 있다. 이 글을 해외취업을 위한 왕도보다는, 한 사람(글쓴이)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했는지를 참고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준비가 막연한 사람을 위한 팁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해외에서 외국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Tech 업계에 있다. 이 점도 참고해서 읽었으면 좋겠다.   


긴 글 읽을 시간 없는 분을 위해 본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았다.


1. LinkedIn 프로필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 해라 : HR / 헤드헌터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LinkedIn에 이력서를 지속 업데이트 해놔야 하며, 당연히 영어로 적어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직무명으로 적어놔야 한다.   

2. 면접 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 면접 전에 해당 회사의 업무 문화, 현재 상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Glassdoor 등을 통해 면접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최대한 알아봐라.

3.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라 : 면접 전에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답변을 어떻게 할 지 최소한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숙지했다. 

4.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라 : 면접 중 질문에 대해서는 두괄식 + 짧은 문장으로 답변했다. 영어에 진짜 자신있지 않은 경우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5. 열정을 보여라 : 회사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해갔고, 이를 당당히 알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LinkedIn 프로필 업데이트 

HR / 헤드헌터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LinkedIn에 이력서를 지속 업데이트 해놔야 하며, 당연히 영어로 적어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직무명으로 적어놔야 한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나는 LinkedIn을 통해 네덜란드에 있는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에 Booking.com(이하 ‘회사’라고 하겠다)과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채용 담당자와 통화하기 전에 헤드헌터와 먼저 통화를 해서 양쪽(회사와 나)이 서로 궁합이 잘 맞을 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내가 회사의 문화와 잘 맞을 지, 내 경력이 그쪽에서 찾는 역할과 맞을 지, 네덜란드로 이주할 용의가 있는지, 회사에서 맞춰 줄 수 있는 연봉 범위가 내 기준과 맞을 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전화통화 처음에 내가 한 질문은 “어떻게 나를 알고 연락하게 되었나?”였다. 이에 대한 헤드헌터의 답은 간단했다. 회사에서 찾고 있는 직무가 Senior Product Owner 였는데, 당시 내 LinkedIn 프로필에 등록된 쿠팡에서의 직무/직급이 Senior Product Owner였기 때문이다. 즉, 검색어와 내 직무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례를 보자면, 최근 회사에서 기존 다년간 Product owner라고 써오던 직무를 Product manager로 공식적으로 변경하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Product manager’가 좀 더 업계 standard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Product owner와 Product manager의 업무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허나 당장 Glassdoor에서 이 두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Product manager” 키워드의 검색결과가 훨씬 많다.  

Glassdoor에서 미국 내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Job 검색 결과 (19년 1월 기준)


위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업계 표준에 가까운 직무명으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는 게 좋다’ 였다. 특히, 한국에서 해외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한국어로 쓰던 직무명을 그냥 영어로 번역하면 어색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대충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해외 취업을 위한 첫째 단계가 바로 우선 HR 혹은 헤드헌터의 ‘눈에 띄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나는 쿠팡 전에 삼성전자에 있으면서 ‘상품기획’ 업무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 상품기획(자)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은 알아 들을 것이다. 허나 ‘상품 기획자’를 영어로 Product planner라고 직역해서 Glassdoor에서 검색해보면 극소수의 검색 결과만 나온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상품 기획’을 하는 사람이 없을까?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래 참고)


그럼 어떻게 하면 업계 표준에 가까운 직무명을 찾아볼 수 있을까? 바로 LinkedIn을 활용하면 된다. 나와 같은 업계의 회사명으로 검색해서, 비슷해 보이는 직무를 가진 사람을 찾아보고, 그 사람의 프로필을 읽어봐서 내가 하는 일이랑 비슷하면 우선 1차 기준 통과다. 그 다음 단계로는 그 사람의 직무명(예, Product manager)으로 다시 한 번 LinkedIn 검색을 해서 여러 사람을 찾아보고, 검색 결과가 많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업무가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면 그 직무명을 내 프로필에 당당히 올리면 된다. (직무명 말고도 업무 상세내용도 다른 사람들 것을 참고해서 쓰면 훨씬 수월하다. 물론, 그냥 copy하면 안된다.) 


또 하나, 내가 회사에서 ‘과장’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Manager’라고 올리진 말자. 한국에서는 ‘과장’, ‘차장’ 등의 직급이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내가 한 일, 내가 맡은 책임의 크기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anager 외에 내 직무도 꼭 함께 적어야 한다. LinkedIn 잠시만 돌아다녀도 좋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LinkedIn 프로필을 한국어로 적는 경우도 봤는데, 한국 내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당연히 영어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해야겠다. 



면접 전 철저한 사전조사는 필수 

면접 전에 해당 회사의 업무 문화, 현재 상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Glassdoor 등을 통해 면접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최대한 알아봐라.


현재 회사 면접 프로세스 진행 전에 Glassdoor나 Google, Youtube 등에서 ‘Booking.com interview question’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해봤다. 이직 경험이 딱 한 번 있었기 때문에, 면접이 익숙하진 않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만 10년 넘게 일하다가 해외 업체와의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프로세스/언어 적으로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서 검색을 많이 했고, 내용을 정리하고, 예상 질문 리스트도 뽑아서, 모든 예상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놓았다. 


회사의 크기에 따라 검색 결과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런 경우에 놓인다면 다음과 같이 했을 것이다. 


1. LinkedIn에서 해당 업체명으로 검색을 해보고, 나와 connection이 있을만한 사람(학교, 국가 등)을 찾아 연락해 본다. 실제 이전 직장인 쿠팡에 입사할 때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이, 당시 쿠팡에 다니던 지인(친하진 않았지만 안면은 있던 직장 동료)의 팁이었다. “케이스 면접을 봐”(컨설팅 업계에서 주로 쓰는 방식)라는 짧은 한 마디를 듣고, 케이스 면접 책을 구입해서 주말 내내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준비를 했었고, 실제 면접 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보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플러스다.    

2. HR에 당당하게 회사 자료를 요구한다. 회사도 나를 평가하지만, 나도 회사를 살펴보고 입사를 결정해야 한다. 해외 취업이라고 아무데나 가려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HR에 해당 회사의 문화, 업무 프로세스, 추구하는 바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보통 실무자와 면접 전에 HR과 1차 면접이 있을테니, 회사의 외적인 자료는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아보되, 내부의 문화나 업무 방식 등에 대한 부분은 HR과의 전화 통화 시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정리/숙지

면접 전에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답변을 어떻게 할 지 최소한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숙지했다. 


면접 예상질문을 최대한 많이 적어보고, 모든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답을 적어봤다. 그리고 반쯤 암기하듯이 숙지했다. 예상질문은 아래와 같은 경로를 통해 뽑아봤다. 


1. Glassdoor 검색 (위 참고)

2. 직무명으로 검색 (예, product manager interview question)

3.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면접 질문 리스트업 (왜 지원했니, 장/단점, 5년 후에 뭐하고 있을 것 같아? 등)


해외 취업의 경우, 최종 면접 전까지는 화상 혹은 전화로 면접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목소리 외의 방법(예, 바디 랭귀지, 시각적인 도움 등)으로 맥락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무조건 내 생각을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리 생각을 정해 두었다.  



질문에는 짧고 명료하게 대답해라

면접 중 질문에 대해서는 두괄식, 그리고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답변했다. 영어에 진짜 자신있지 않은 경우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영어를 못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팡에서 종종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영어 문장을 길게 끌게 되면 말이 꼬이게 되고, 말이 꼬이게 되면 내 생각도 꼬이게 되어서, 요점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질문에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답변하려 노력했다. 우선 내 생각을 말하고(요점),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간결하게 얘기했다. 그 덕분인지 암스테르담에서 치른 최종 면접에서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었다. (피드백은 원래 따로 안주는데, 나는 면접 후 “합격하던 안하던 피드백을 달라”고 HR 담당자에게 요청했었다) 


+ Structured, disciplined, yet creative.

+ Very good communication skills. Able to describe work with clarity. 

+ very clear communication - to the point, understands when to explain more/less



열정을 보여라!   

회사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해갔고, 이를 당당히 알렸다. 


세 차례 전화 면접을 합격하고 암스테르담에서 치를 최종 면접 관련 메일을 받았을 때, 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특정 Business case에 대해 내 생각과 계획을 준비해서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혼자 생각을 정리한 후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를 '실제 업무 상황'이라 가정하고 ‘사용자 리서치’를 우선 하고,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정리한 후,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 지 몇 가지 케이스를 준비해 갔다. 누구도 사용자 리서치를 하라고 하진 않았으나, 모든 문제와 기회는 고객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퇴근 후에 지인들을 만나 실제 Booking.com 웹사이트/앱을 사용해보라고 하고, 어떤 불편함을 겪는 지를 관찰하고,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사항을 가설화했다.  


사실 이번 5번은 직무 등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이에 실제 리서치를 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참고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자가 정말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열정을 보이면,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다. 보통은 플러스일 것이다. 실제 면접 중에 "내가 면접을 위해 직접 사용자들을 만나서 조사를 해봤고 이게 그 결과야”라고 내가 한 일을 언급했고, 면접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종면접 후 받은 피드백을 보면 아래와 같은 항목을 볼 수 있다. 


+User focused - conducted mini-user test to prepare for interview




간절함 한 스푼 넣고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쳐봐라


위에서 길게 얘기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LinkedIn 프로필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 해라   

2. 면접 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3.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라 

4.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라

5. 열정을 보여라. 면접관도 사람이다


그러나 위 다섯 가지만 잘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언어에 대한 자신감 문제는 크다. 주위에 보면 해외취업을 하고는 싶으나 ‘나는 영어를 못해서….’라면서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본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영어가 장벽이라면 노력을 해서 영어 실력을 끌어올린 후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취업은 실력 이전에 간절함의 문제인 것 같다. 나의 경우 간절함이 컸다. 결혼 후 아기를 낳은 상황이었기에, 미세먼지가 없고 경쟁이 덜 한 곳,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 캐나다로 가서 컬리지 졸업 후 개발자로 재취업을 하려는 계획도 추진했었고(실제 현지 실사도 가보고, 언어 시험도 보고, 학교에 지원도 했다), 미국행도 병행 추진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온 해외 취업의 기회였고, 잡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려고 하진 않았다. “이거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면접을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을 조금 바꿨다. “좀 잘 되면 최종면접 가서 암스테르담 공짜로 관광하겠네?”가 합격 전까지 내 마인드였다.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말이다.  


현재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당연하겠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일을 잘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의 장벽이 크게 느껴지겠지만, Tech 업계 기준에서보면 한국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진보된 나라이고, 오히려 이곳이 더 후진적인 (개인 생각이다) 케이스도 종종 본다. 실력의 차이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감이 없다면 준비를 많이 하면 된다. 내가 했던 것처럼. 다른 고민은 일단 최종 합격을 한 후 해도 된다.  


그러니, 간절함을 가지되, 기대치를 좀 낮추되(공짜 관광하러 간다고 생각해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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